중견기업 임직원 10명이 부도 위기에 몰린 거래처 임원을 납치, 5일간 끌고 다니며 십 수억원을 돈을 뜯어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18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주택가. 전선제조용 알루미늄선을 만드는 M사 박모(53) 상무 등 임직원 10명은 10년 넘게 거래해온 C사의 김모(49) 상무의 집 앞에서 귀가하던 그를 납치했다. 이들은 김 상무를 차에 태우고 끌고 다니며 회사 돈을 갚으라고 겁박했다. 이틀 뒤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호텔에서 납치한 김 상무를 무릎 꿇린 채 "딸이 보는 앞에서 두들겨 패겠다"고 위협하면서 주먹 등으로 머리를 수 차례 가격했다. 이 같은 위협은 같은 달 23일까지 계속 됐다.
협박을 견디지 못한 김 상무는 결국 17억원이 넘는 돈을 송금했다. 개인 퇴직금 6억6,700만원과 무기명 채권 등 C사 자산 11억900만원이다. 이 두 회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5일간의 납치ㆍ감금이 있기 수개월여 전 중소업체인 C사는 대표가 회사자금 70억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하면서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았다.
이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리자 M사 임직원 10명은 C사로부터 받을 빚 70억원을 손해 볼 것을 우려해 행동으로 채권회수에 나선 것이다. C사는 한달 뒤 당좌거래정지 조치를 받아 사실상 부도 처리됐다.
김 상무는 그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가 올 초 사법당국에 고발장을 내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박씨 등은 김 상무에게 빼앗은 돈을 C사 법인통장에 입금한 뒤 건네 받은 통장 비밀번호와 도장 등으로 돈을 되찾는 등 협박 행각이 드러나지 않도록 치밀한 돈 회수 계획을 짰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박 씨 등 M사 임직원 10명을 공갈 등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등이 C사가 부도나면 70억원을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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