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퇴근시간은 너무 이르고, 2조는 너무 늦어 이제 현대차 손님을 기대하며 술장사 하기는 다 틀렸어요.", "훤한 대낮에 퇴근하면 다들 곧장 집에 들어가기가 뭐 했는지 요즘 작업복 차림으로 운동을 즐기는 낮 손님이 많아졌어요."
현대자동차가 밤샘근무를 없앤 지 4일로 한 달째를 맞으면서 울산공장 근로자를 고객으로 하는 지역 다운타운 경기가 업종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식당과 주점 등 요식업 매출은 최대 90%까지 떨어진 반면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실내골프연습장 등 스포츠, 오락업소는 20~30%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등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이 지역사회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만 3만4,000여명(사내 협력업체 포함)이 근무하며, 현대차의 생산체계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부품과 모듈업체 등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근무형태 변경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줄잡아 10만명에 이른다.
현대차는 주간2교대 시행에 따라 지난달부터 1조는 오전 6시5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2조는 오후 3시30분부터 다음날 1시30분까지 각각 8~9시간 일하고 있다. 1, 2조 모두 근로시간이 줄었고, 2조의 밤샘근무도 사라졌다.
시행 한 달여가 지나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현대차 울산공장이 소재한 울산 북구는 연속 2교대제 이후 지역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지역산업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영향분석'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결과 현대차 울산공장 주변인 북구 염포동(10곳)을 비롯해 양정(11곳), 명촌(13곳), 진장(4곳), 호계(19곳), 화봉동(6곳) 소재 음식점 63곳 가운데 82.5%인 52곳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울산공장 정문 앞인 양정동 음식점 10곳의 경우 매출이 평균 51.2% 감소했다. 이 중 한곳은 90%나 급감했다. 명촌정문 앞 명촌ㆍ진장동 일대 음식점들도 각각 평균 41.3%와 50%의 매출감소를 호소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4㎞ 이상 떨어진 화봉과 호계동 음식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호계동은 14곳이 최소 15%에서 최대 70%까지 매출이 감소했다. 화봉동 3곳도 20~50% 가량 떨어졌다고 응답하는 등 대부분 업주들이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북구 일대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장, 골프연습장 등 스포츠, 오락업소는 신이 났다.
파리만 날리던 낮 시간에 일찍 퇴근한 현대차 근로자들이 객장으로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구장은 2010년 45개에서 55개로 22.2%, 스크린골프장은 50개에서 68개로 36% 늘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으로 지역사회에 영역별로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자 개인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건강회복 및 여가활동 등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가정과 교통, 여가생활, 지역상권 매출 감소 등 일부 역기능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근무시간 변경에 따른 대중교통정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여가시간 증가에 따른 지자체의 인프라 구축도 대책이 없다"며 "현대차의 근무형태 변경이 지역사회와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갈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근무형태 변화의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일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이런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취미활동과 자기계발, 지역사회 참여 등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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