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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재부 ODA 여론 조사 조작과 왜곡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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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재부 ODA 여론 조사 조작과 왜곡을 우려한다

입력
2013.04.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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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개발원조 분야의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당혹감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재부는 한국개발원(KDI)과 협조하여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및 ODA에 대한 인지도와 국민여론 파악을 위해 한국갤럽에 의뢰,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다수 언론에 '공적개발원조는 유상원조가 바람직', '국민 85.3% 해외원조규모 늘리지 말아야', '국민 셋 중 한 명 해외원조 중단해야'등의 제목 하에 보도되었다.

대다수의 개발원조 NGO는 이 기사로 적지 않은 혼돈과 충격을 받았다. 평상시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달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려웠고, 그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후 나타날 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성과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일부 설문 문항은 OD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즉, ODA 재원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면서 '무상으로 주는 단순 재정지원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ODA 분야의 세금 투입량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편파적 견해가 담긴 보기를 제시하였고 선택 사항에 특정 내용을 빼거나 설문 문항의 순서를 특정 결과를 유도할 목적으로 배치하였다.

나아가 기재부는 위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민들은 바람직한 ODA 형태로 개발도상국의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유상원조를 더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주인의식'을 유상원조를 설명하는 수식어처럼 사용함으로써 마치 유상원조는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반면 무상원조는 단순히 '퍼주기 식'이라는 인식을 유포하는 효과를 노렸다.

이번 조사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한 'ODA 규모를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대비 0.25%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기재부의 본격적인 공약 딴지걸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작년 대선 때 대선 후보의 복지공약에 따른 세수 비교표를 만들어 선거법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기재부가 이번에는 해외원조에 본격적으로 개입을 시작한 듯하다. 명분은 '국민적 공감대', '국내 경제상황' 이지만 내막을 보면 기재부가 추진하는 ODA 정책의 아전인수식 정당화라고 볼 수 있다. 한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0.25% 불가론'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고 있지만, 예산권을 무기로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온 기재부의 위세 앞에 다른 부처는 눈치보기에 급급해 보인다.

0.25%는 과거 정부와 여야 모두가 합의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었다. 사실 약속대로 2015년 0.25%를 달성하여도 한국의 해외원조는 유엔의 0.7% 권고 기준의 3분의 1정도이고, OECD 평균 0.33%에도 훨씬 미달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받았던 120억 달러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액수이다. 따라서 0.25는 거창한 목표라기보다는 최소한의 성의 표시에 불과하다.

이번 여론조사 왜곡은 지금 이 순간 무상원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힘들고 위험한 지구촌 빈곤 현장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수 천명의 해외 봉사단원에게 격려는커녕 실망과 낭패감을 안겨주었다. 마침 지난 주 한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한 '누구를 위한 원조인가'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기재부의 '한국적' 유상원조 사업방식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소개되었다. 과연 이번 설문조사가 '누구를, 무엇을 위한 설문조사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이번 주 기재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잡혀있다. 보고 내용에 어떤 게 담길지, 이번 여론조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성훈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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