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본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알려져 협상 추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년 전 시작된 개정협상은 그 동안 5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한미 양국의 입장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난 1974년 발효된 협정의 만료가 내년 3월로 임박함에 따라 더 이상은 타결을 미루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미 의회의 비준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이번 6차 협상에선 개정안의 단초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쟁점은 명확하다. 미국으로부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저농축 우라늄 생산권을 보장받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게 되면 경제성이 크게 높아질 뿐 아니라 핵 오염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23개 원전에서 매년 700톤에 달하는 핵연료를 쏟아내고 있으나 이를 처리할 수 없어 임시저장소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저장소도 3~4년 뒤면 포화상태에 달한다. 또 연료인 저농축우라늄 생산권도 없어 이를 고스란히 수입하는데 연간 5,000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
이 같은 제약은 경제성, 핵 오염 경감 측면에서 크게 불합리할 뿐 아니라, 원전산업 발전과 수출에도 원천적인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권국가로서 평화적 목적의 핵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정의 명분은 분명하다. 물론 미국의 반대는 핵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적 목적으로의 핵 전용은 양국 간의 신뢰와 정교한 점검장치 등을 통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하다. 더욱이 일본에 대해서는 이미 1988년 원자력협정 개정시 재처리와 농축을 허용한바 있어 미국의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북핵 사태로 전세계적인 핵 확산 우려가 커지는 등 여건은 좋지 않다. 그러나 원자력협정은 한번 개정하면 수십 년간 효력이 이어지는 만큼 40년 전의 원시적 규정을 추후 긴 기간에 또 계속 적용하는 것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고, 한미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 협상능력과 함께 미국의 전향적 인식도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