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국제 금융 거래에서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점차 잃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유럽 경제위기가 길어지면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유로화 보유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로화의 8%(450억유로ㆍ64조2,000억원)를 팔아 치웠다. 미국 달러, 금 등과 함께 이들의 외환보유고를 구성하는 유로화 비율은 이 기간에 24%로 떨어졌다. 이 비율은 2002년 이후 최저치다. 이들 신흥국 중앙은행은 그러나 경제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달러를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60%로 유지해왔다.
제프리 프랭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경제학 교수는 “유로화가 유럽의 경제위기에도 2위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달러의 지위는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위기 때 처분도 쉬워야 하는 기축통화의 조건에 유로화가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축통화는 달러의 강세 속에 여러 통화가 혼재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지난해 유로화를 매각하면서 호주 달러와 중국 인민화, 브라질 레알화 등 신흥국 통화 보유고를 늘렸다.
FT는 “유럽이 재정동맹과 단일채권시장을 이루면 유로화 위상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중국 등 신흥국이 자국 통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하는 만큼 유로화 위상 상승이 과거에 비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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