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자랑하던 용산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일 자산관리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서울시에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하였다. 사업의 정상화를 위한 출자자간의 협상이 진행 중인데도 개발구역 지정 해제 기한(4월 21일)을 앞두고 사업자체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용산개발사업은 2006년 10월 코레일의 자구노력 이행 계획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코레일이 소유한 부지 중 가장 사업성이 높은 용산역세권을 개발하여 자사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그렇지만,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사업계획이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려 오히려 코레일의 손실을 초래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PF 관행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용산개발사업의 세부계획을 보면, 용산역 철도정비창과 서부이촌동 일대의 57만㎡ 면적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타워와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 60여 동을 짓는 대형 사업이다. 시설연면적만도 339만㎡로 일본 도쿄 롯본기 힐의 4.4배에 달하며, 사무실 면적은 강남파이낸스타워의 9배, 쇼핑몰은 삼성동 코엑스몰의 6배에 달한다. 쇼핑몰의 규모만 보아도 서울의 전체 상권과 맞먹는 규모로 처음부터 과도한 개발계획이었다고 평가된다. 아무리 용산의 입지가 경쟁력이 있고, 예측하지 못했던 국제금융위기가 발생한 여파라고 하더라도 시민들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쇼핑몰의 규모는 과도하여 사업자체가 실현되기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부동산 호황기 특히, 초고층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팔리던 때에 계획된 사업이었으니 사업추진 과정에서 상황이 바뀌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업규모와 그 구성 등 계획 자체를 수정했어야 했다. 오히려 서울시의 요구로 서부 이촌동이 사업대상에 포함되는 등 사업추진이 지연되었고, 여러 차례의 자금 조달에 실패하였다. 급기야 올해 3월 차입금 선이자(52억원)를 지급하지 못하여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최근 코레일이 공영개발을 추진하는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보면, 코레일 주도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를 재구성하고 출자사간 상호 소송청구권의 소멸, 민간출자사의 시공권 등 기득권 반납, 코레일이 운영자금 2,600억 원의 추가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업계획의 조정 없이 미래가 불확실한 개발사업에 코레일이 추가 지원하여 진행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에 출자사의 투자금 손실은 물론 사업도산의 귀책사유에 대한 소송전이나 지역주민의 서울시 및 사업시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코레일 및 민간투자자의 매몰비용 등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추정되어 도산은 일단 막고 보자는 심산인 것 같다. 그렇지만 한번 좌초된 사업이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번 사업은 이 시점에서 접고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었다고 하는데, 뒤집어 보면 토지대금으로 코레일에 납부한 비용과 금융기관이 가져간 이자비용, 그리고 계획수립을 위한 각종 용역비와 시행사 및 자산관리회사의 운영비 정도이다. 실제 보상이 이루어지거나 시공이 이루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들어간 비용보다는 주머니만 바뀌어 어딘가에 있는 돈이다. 특히 코레일에 당기순이익이 발생하여 국가에 납부한 법인세가 1조원에 달한다. 코레일이 부지 소유권을 다시 회수하는 대신 출자자들에게 그 대금을 반납하고, 정부가 법인세를 환급해주면 발생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니 PFV를 청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PF사업은 현금흐름에 근거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철저하게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사업의 진행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1년 사업을 연장하기 위한 코레일의 추가 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개발사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코레일은 부지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참여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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