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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처럼… 환자·의료진 내몰아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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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처럼… 환자·의료진 내몰아도 되나요"

입력
2013.04.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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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만성적자에 허덕여온 경남도립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의 폐업방침을 지난 2월26일 밝히고, 지난달 30일로 휴업 예고기간까지 끝나면서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 폐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매년 평균 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온 진주의료원은 부채규모만 300억원에 달하고 병원측과 노조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경남도는 '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원 폐업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내고 경남도의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일 이에 대해 "진주의료원 문제는 공공의료정책 문제가 아닌 개별적이고 특수한 문제"라며 "도민의 혈세를 강성노조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할 수 없고,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다"며 폐업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1일 오전 평소 같으면 외래환자들로 북적 돼야 할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 1층 로비에는 방문객은커녕 환자들 조차도 보이지 않은 채 휑하니 정적만이 흘렀다. 대신 '폐쇄 철회 투쟁' 등 노조의 선전 구호가 적힌 플랜카드만 걸려 있고, 환자 대기석에는 3~4명의 노조원들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후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며 환자 몇 명이 병원 정문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모(33)씨는 "노인병동에서 치료받던 아버지(71)가 반대하시지만 인근 사천의 노인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며 "병원 폐쇄가 결정돼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전날까지 71명의 환자가 있었지만, 이날 오전 15명이 추가로 병원을 옮겼다.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한 지난 2월 26일 입원환자 203명중 72%가 빠져 나간 셈이다.

남은 환자들과 보호자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했다. 폐업방침에도 선뜻 병원을 옮기지 못하고 남아있는 환자들은 병세 호전 보다 언제 병원에서 쫓겨날 지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5년째 노인병동에 입원 중인 이갑상(79)씨는 "돈이 없을 때는 간호사들이 사비로 밥을 챙겨주고, 남는 병실에서 몸을 누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공공기관이어서 능력 없고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의 사정을 그나마 이해해주는 병원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어머니(78) 병 간호를 해온 김모(35)씨는 "6개월 전 어머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아 대학병원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더 이상 항암치료가 어려워 이곳에 입원했다"며 "전문 호스피스의 보호를 받으며 어머니 상태가 상당히 호전됐는데 또 다시 병원을 옮겨야 해 화가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남지연(46ㆍ 여)씨는 "90년도에 입사해 청춘을 다 바친 병원에서 마치 죄인처럼 쫓겨나야 할 상황"이라며 "환자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던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와 노조,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진통에도 진주의료원을 도립 의료원에서 제외하는 '경남도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조례' 개정안을 지난달 말 입법예고하고, 12일쯤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상정해 1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하도록 요청하는 등 폐업절차를 진행해가고 있다. 도는 복지부의 반대입장은 그저 원론적인 생각일 뿐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주도로 지방의료원 폐업 시 보건복지부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전국보건산업의료노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는 등 진주의료원 사태가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진주의료원사태는 4일 노조의 긴급구조 신청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와 9일 도의회 개회, 공중보건의를 제외한 의사들이 퇴직하는 21일을 전후해 전체 흐름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진주=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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