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11시 53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앞에서 주한미군들이 총기로 시민들을 위협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경찰의 검거를 피해 차량을 몰아 도주하였고 그 과정에서 경찰 1명, 시민 2명이 다치고, 차량 4대가 파손되었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추적하는 경찰을 차로 들이받는 등 대담한 행동을 계속하였고, 경찰은 물론 수많은 시민들이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건을 가볍게 넘어 가서는 절대 안 된다. 수많은 시민들이 있는 곳에 총기류가 함부로 사용되었으며, 더욱이 사건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연루된 미군들을 곧바로 수사할 수 없었다. 수사를 위해 출석을 통보했지만 미군은 조사연기를 요청하였고,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후에야 겨우 미군의 협조로 피의자를 조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러한 비상식적인 수사과정이 이루어졌을까? 그 원인에는 한국과 미국이 맺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있다. 현재 SOFA는 한국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조항들 중에서도 특히 미군 범죄에 관한 조항이 매번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합의의사록 제22조 제9항에 따르면 미국의 입회 없이는 수사에서부터 재판까지 모든 과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초동수사부터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요구하면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은 독자적으로 상소할 수 없고,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가족, 친척까지 협정 해당 대상에 포함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많다.
2001년 4월 살인 강간 등 중대범죄의 경우에는 피의자가 체포되면 미국에 인도하지 않고 계속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생기는 등 SOFA 2차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주한미군 처벌에 대한 불평등 조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은 개정된 조항의 허점으로 인해 곧바로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경찰에 체포되지 않고 미군 영내에 들어가면 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적 수준에 그친 개정에 대한 반발과 함께, SOFA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에 대한 처벌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2008년에 261건, 2009년 325건, 2010년 380건, 2011년 341건의 사건이 접수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주한미군 범죄 발생건수 중 약 63%가 불기소처분에 그쳤을 정도로 제대로 된 처벌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사법당국의 안일한 대처에도 큰 문제가 있겠지만 그 배후에는 역시 SOFA의 불평등 조항들이 있다.
이번에 일어난 이태원 난동사건에서 미군들은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재미 삼아 아무 생각 없이 쐈다"라고 답하였다. 이는 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경찰관을 칠 정도이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고, 법을 가볍게 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주한미군 처벌에 실효성이 없다 보니 미군들은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조항을 개정 해 그들의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 또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런 역할과 의무감을 배제하고서라도 엄연히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미국이 범죄자 이전에 자국민이라는 민족주의적 발상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면 SOFA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계속된 요구를 가볍게 보지 말고 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곧 바람직한 한미관계를 만들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하는 길이다.
현민지 서울 세화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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