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0억원에 이르는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잡아라.'
6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글리벡 제네릭(오리지널과 약효가 같은 복제약)을 출시할 예정인 국내 10여 개 제약사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글리벡 제조사인 한국노바티스가 환자들에게 지급해온 지원금을 없애는 것.
국내 한 글리벡 제네릭 개발사는 "한국노바티스가 제네릭 출시 후에도 지원금을 유지한다면 이는 엄연한 불공정거래"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세계 최초의 표적항암제(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약)로 한국노바티스가 독점 공급해왔다. 하지만 6월부터는 특허기간이 끝나면서 제네릭이 합법적으로 판매된다. 문제는 환자들이 글리벡을 사실상 공짜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글리벡(100mg정)의 보험약가는 2만1,281원. 정부의 암 환자 지원 정책에 따르면 이 중 95%는 건보재정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노바티스가 글리벡 출시 이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 따라 환자부담금 5%를 대신 내주고 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보다 관례상 낮게 정한다. 글리벡 제네릭 역시 출시 후 1년 동안은 글리벡 약가의 59.5%, 그 뒤부턴 53.5%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제네릭 개발사들은 "저렴한 제네릭이 나온다 해도 글리벡이 계속 공짜라면 어느 환자가 자기 돈 내고 제네릭을 쓰겠냐"며 "애초에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막는 불공정거래"라고 주장한다.
한국노바티스는 약값 지원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바티스 관계자는 "(환자 지원 중단 여부에 대해)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글리벡은 지난해 건강보험재정에서 1,000억원이 넘는 약품비를 가져갔다. 해마다 약품비 청구 순위 3위권 안에 들 만큼 건보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노바티스가 글리벡 약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자 지원을 해왔다고 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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