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정부가 집을 사라고 대놓고 등을 떠미는 형국이다. 특히 집 없는 설움에 시달려야 했던 서민들에겐 세금 면제, 금리 인하, 금융규제 완화 등 파격 3종 세트로 불릴 만큼 아낌없이 퍼줬다는 평가다.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세금 감면 등 섭섭지 않은 선물이 주어졌다. 이제 관건은 언제, 어디에,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하느냐다.
4ㆍ1 부동산대책의 백미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파격 지원책이다. 대상은 늘리고(부부합산 연소득 5,500만원 이하→6,000만원 이하), 금리도 연 0.3~0.5%(연 3.8→3.3~3.5%)나 깎아줬다.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거론돼 불가침 영역이던 금융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생애최초 지원 대상인 85㎡ㆍ6억원 이하 주택 수가 전국 492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예컨대 매년 5,800만원을 버는 맞벌이 김모(37)씨 부부가 연말까지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를 6억원에 산다면 취득세(현재 주택가격의 1%)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취득세의 10%인 지방교육세도 면제된다. 즉, 660만원을 버는 셈이다. 취득세 일시 감면(9억원 이하 주택 2→1%) 혜택이 올해 상반기에 끝나니, 이후 집을 산다면 연소득의 4분의 1 가까이(1,320만원)를 아끼는 셈이다.
금리 인하도 무시 못할 혜택이다. 금리가 연 0.3% 내리면 1억원을 빌렸을 때 매년 30만원 정도 절감된다. 언뜻 보면 작은 혜택에 불과하지만 최장 30년 분할상환 조건을 감안하면 두고두고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연말까지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은행권 자율로 적용해 사실상 풀어주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늘려(60%→70%)줬다. 다만, 일각에선 DTI 적용 유예는 연봉 3,000만원 이하여야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무늬만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을 사면 독이 될 수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기보다는 자기자본이 확보된 실수요자가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역,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역세권 위주로 집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간에 하락폭이 컸던 서울 강북이나 버블세븐은 괜찮지만 수도권 외곽 신도시들은 아직도 공급이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도세 한시 감면은 현재 집이 있든 없든 수요를 부추기는 당근이 될 전망이다. 올해 말까지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 후 5년간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주며, 신규 및 미분양 주택뿐 아니라 1세대1주택자 소유의 기존 주택에까지 확대했다. 즉, 올해 구입한 9억원짜리 주택이 향후 5년간 4억원, 이후 2년간 2억원이 올라 팔게 되면 5년간 양도차익(4억원)만큼은 세금을 물리지 않고 2억원에 해당하는 양도세만 내면 된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투자 차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도 희소식이다. 다만 구매 주택의 성격에 따라 보유기간 및 적용기준이 달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다주택자 입장에선 집값이 많이 떨어진 압구정동 아파트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했고,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수직증축, 취득세 감면, 양도세 한시 감면 등 이번 대책의 혜택을 모두 누리는 분당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집을 사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여전히 세입자로 살아야 하는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새로 전세 계약하는 사람은 별다른 혜택이 없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여전히 집 주인들을 설득할만한 유인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대책들은 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달 국회 상임위 통과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지만, 여야간 이견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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