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대사로 전문 외교관과 친박계 정치인 출신을 섞어서 배치했다. "외교 실무와 정무를 동시에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북한 때문에라도 소통을 강화해야 하는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일본에 파견할 대사에 자신의 측근 인사들을 내정했다. 관계 강화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주중대사로 임명된 권영세 전 의원은 친박계 신주류로 불린다. 2007년까지만 해도 중립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4ㆍ11총선 당시 사무총장에 발탁되면서 친박계로 합류했다. 대선 때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정부 출범을 전후해선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에도 올랐었다. 측근을 주중대사에 내정한 데서 중국과 소통의 물꼬를 트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권 내정자가 중국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어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란 문제 제기도 있다.
이병기 주일대사 내정자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부터 정무적 조언을 해 온 측근이다. 2007년 당내 경선 당시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대선 때도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멘토'같은 역할을 해 왔다.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정무 감각이 탁월하고 언행이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악화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새로운 주일대사 카드에 담긴 것 같다.
미국과 러시아에는 직업 외교관을 배치해 안정적 관계의 지속적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우리나라 대외 정책의 핵심인 미국과의 관계를 책임지는 현장 사령탑에 통상 전문가인 안호영 전 외교부 1차관을 내정했다. 안 내정자는 외교부에서 통상 분야 요직을 대부분을 거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등 통상 분야가 주요 이슈인 지역에서 주로 근무했다. 안 내정자가 통상 전문가라는 점에서 비준 1년이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적인 이행에 초점이 맞춰진 인선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재의 한미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양국 경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이 담겼다고 볼 수 있다.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러시아통인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가 유임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위 대사는 외교부의 대표적 북미·북핵통이자 러시아 업무로 잔뼈가 굵은 러시아통이기도 하다. 제2차 북핵 위기가 발발한 2003년 북미국장으로서 북핵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 3월부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북핵 문제를 지휘했다. 2011년 11월 주러시아 대사로 부임했다.
언론엔 엠바고 요청하고 청와대 블로그에 실수로 공개
한편 청와대가 주요국 대사 내정과 관련, 스스로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하지 않음)를 지키지 못하는 실수를 범해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30일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주요국 대사 임명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언론에 상대국의 아그레망(외교 사절 임명 시 상대국의 동의를 구하는 것)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포괄적 엠바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청와대 공식 블로그에 주요국 대사 내정 관련 서면 브리핑 자료를 올렸다가 상당 시간이 지난 뒤 내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