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전시상황 돌입 선언에 이어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말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위협으로 볼 수 있다. 위협 카드를 하나씩 꺼내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은 이번에는 개별 기관이 아닌 정부ㆍ정당ㆍ단체 특별성명 형식으로 전시상황을 선포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켰다. 북한은 이 같은 모양새를 취하면서 북한의 민관군이 하나돼 전쟁을 준비하는 총력 대결 태세를 보이려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북한의 다양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대외 강경 기조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필수적이다. 김 1위원장이 심야에 군 작전회의를 주관하고 서해 최전선 포병부대를 잇따라 찾는 등 야전지휘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맞춰 위협 발언을 쏟아낸 것은 최고지도자의 영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레 뭉치기 마련이다. '김정은 체제'가 본격 출범한 지 1년이 되지만 생활고는 악화되고 불만은 커지는 상황에서 연이은 위협 공세는 내부 결속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31일 "나이 어린 지도자인 김 1위원장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도발 위협 카드는 매우 효과적"이라며 "북한이 1993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군부의 영향력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김 1위원장이 지난해 군부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단행한 이후 달래기 차원에서 도발 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1위원장이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해 휘둘리고 있다"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이후 한달 가까이 이어온 위협 공세가 결국 행동이 아닌 말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북중 국경에서 인력과 차량이 이동이 활발해지는가 하면 북한이 중국에 관광 책임자를 보내 관광객 유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이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한 것과 달리 북한 전역에는 휴가 나온 군인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남북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맞서고 있어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우려된다"면서도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4~6월을 지나면서 상황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으면 북한이 대화 모드로 서서히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은 1일 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7차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는 예ㆍ결산 심사와 함께 경제 개선 조치나 대미ㆍ대남 메시지, 조직 개편, 내각 인사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여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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