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중학교를 졸업한 딸 A(16)양을 둔 나이지리아 출신 불법체류자 B씨는 "A양이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담임교사의 설명을 듣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도움을 요청했다. 공감이 '부모의 불법체류 여부에 관계없이 고교 진학이 가능하다'는 교과부 '다문화학생 학적관리 매뉴얼'을 찾아 해당 교육청에 알리고 나서야 B양은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하지만 이 매뉴얼은 학교장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비정부기구(NGO)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인 부모에게 태어나 외국인 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아동들에게 교육받을 권리 등을 보장하는 법 제정에 나섰다. 공감,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안프렌즈 등이 참여한 '이주아동 청소년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이주 아동 권리 보장법' 제정안을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등을 통해 발의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시민행동 측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수 차례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도가 전혀 없어 2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아동들이 교육, 의료 등 사회적 권리 전반에서 배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 아동 권리 보장법에는 '국내에서 태어나고 거주하는 이주 아동들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만으로 학교에 전학 또는 입학할 수 있다''부모의 불법체류 여부에 관계없이 귀화 허가나 영주 자격을 받을 수 있게 한다' 등 광범위한 법적 보호를 담을 예정이다. 소 변호사는 "지난해 10월에는 고교 1학년 K(17)군이 친구들 싸움에 휘말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미등록 이주아동'임이 드러나 5일 만에 몽골로 추방된 일이 있었다"며 "이주 아동들이 단속 구금 강제퇴거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규정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민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준식 아시안프렌즈 이사장은 "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5월 중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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