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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앞둔 보험설계사 "연봉 3억 비결은 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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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앞둔 보험설계사 "연봉 3억 비결은 발품"

입력
2013.03.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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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장동에서 LIG손해보험 백두대리점을 운영하는 한상철 사장은 보험업계에 발을 들인지 29년째인 베테랑 보험설계사다. 올해 87세의 고령이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팽팽한 얼굴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그는 매년 3억~4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보험료 수입이 높은 직원에게 주는 '골드멤버'를 15번이나 받았다.

"평생 감기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요즘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찬물로 샤워를 합니다. 물론 겨울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찬물 샤워가 건강비결이라는 한씨는 전국 손해보험업계에서 나이 순으로 10번째 고령 설계사다. 하지만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도 누구보다 빨리 사고 현장을 찾아간다.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부르면 달려간다'는 게 그가 30여 년간 지켜온 고객관리의 원칙이자 신념이다. "새벽 3시에도 교통사고가 났다는 고객의 연락이 오면 달려갑니다. 급히 서두르다 잠옷을 입은 상태로 사고 현장을 방문한 적도 있어요."

한씨는 후배 설계사들에게 강의를 할 때면 사고 현장에 꼭 나가보라고 조언한다. 상품을 팔겠다는 사람이 고객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영업맨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고를 접수하는 콜센터가 있지만, 그래도 현장을 방문해야 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요.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면 그 정도 발품은 파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이런 한씨의 적극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스스로 찾아오는 고객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그가 유치한 자동차보험은 신규 및 갱신을 합쳐 월 140~150건에 이른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보험료만 7,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그는 경찰수사관 생활 36년을 마치고 59세에 정년 퇴임한 뒤 LIG화재(현 LIG손해보험) 임원이던 친척의 권유로 1985년 보험설계사 생활을 시작했다. 수사 경험 덕분에 보험사기 사건도 여러 번 적발, LIG의 손실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한씨를 2004년부터 LIG손보 호남보상센터의 종신형 고문으로 위촉했다.

그는 최근 한 보험설계사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에이즈 환자를 병이 없는 것처럼 꾸며 보험에 들게 한 뒤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사기 사건을 잡아냈다. 2년 전에도 고객의 지병을 숨긴 채 허위 서류로 보험에 가입시킨 설계사를 귀신 같이 찾아냈다. 한씨는 "수사관 생활을 하며 사귄 지인들에게서 사기 제보가 많이 온다"며 "주변에선 보복을 당하려고 그러느냐며 걱정도 해주지만, 고객들이 낸 보험금이 사기로 부당하게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것은 설계사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한씨는 휴대폰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전화비가 많이 나오니 유선전화로 바꾸자"고 할 정도로 경제관념이 투철하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없는 편이다. 보상센터 고문에게 지급되는 월 200만원 상당의 업무추진비도 반납했다. "나이가 많다고 설계사를 그만 둘 생각은 없습니다. 매년 억대의 수입을 안겨주고 종신 고문까지 시켜줬는데 힘 닿는 데까지 회사를 위해 봉사해야지요."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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