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학생, 졸업생 선후배 간 매주 월요일 만남이 10년 동안 한차례도 빠짐없이 이어져 화제다.
주인공은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소통 모임인 '오백회'.
이름만으론 회원이 500명이거나 500회 이상 모임을 목표로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외형적으로는 매주 만나 맥주 500cc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모임이다. 언뜻 학생이나 교수, 졸업생 중 '술꾼들의 모임'으로 느껴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백회 성격은 7가지 자율 규칙(?)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만난다. 둘째, 새내기가 그날 모임을 관리한다. 셋째, 참석자는 회비 1,000원을 즉시 납부한다. 넷째, 참석자는 맥주 500cc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다섯째, 맥주는 추가할 수 없으며 기본안주에도 만족해야 한다. 여섯째, 그날의 경비는 회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일곱째, 오후 7시가 되면 자진 해산한다.
다른 모임에 비춰보면 다소 황당한 규칙이만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참석자는 한 시간 동안 미리 정해진 주제로 대화하거나 초청인사와 토론을 한다. 별도 안건이 없을 땐 학교 생활이나 이성문제, 교우관계 등이 주제다. 교수와 학생, 학생과 졸업생, 초청인사와 학생 간 아무런 조건이나 형식없이 편안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모임의 특징이다. 모임이 끝나면 쪽지에 소감을 남기는 전통도 이어지고 있다.
오백회는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학생과 교수, 동문이 주축이 돼 지난 2003년 9월 10일 첫 모임을 가진 뒤 1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이 학과 이의정 교수와 박세종 동문, 재학생들이 캠퍼스 내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결코 그들만의 모임은 아니다.'지역언론과 한국언론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신방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전남대를 아끼는 사람'등 소통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10여년 모임 속에는 애환도 많다.
우선 수십명이 모일 장소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 한 시간 동안 한 사람이 맥주 500cc만 마시고 안주도 주문하지 않다 보니 업소 주인들이 예약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초창기에는 미리 장소를 정해 만났으나 주인이 갑자기 예약을 취소해 야외에서 모이기도 했다.
모임인원도 들쑥날쑥이다. 새내기들이 많은 학기 초에는 50여명에 이르지만 시험이나 방학 기간에는 3~4명이 참석하거나 심지어 혼자서 모임을 가질 때도 많다.
회비가 1,000원에 불과해 맥주값이 부족할 땐 초청인사나 연배가 많은 선배가 계산한다.
지금까지 언론사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동문과 이 대학 교수 등이 초청됐다.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도 재임 때 이 모임에 초청돼 격려하기도 했다.
오백회에는'월천회'회원도 있다. 매월 1,000원을 기부해 장학금을 모으자고 뜻에 동참한 회원들이다. 작은 돈이지만 후배를 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자는 숨은 의미가 있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참여자가 적어 현재까지 400여만원이 모금된 상태다.
오백회는 1일 오후 6시 농생대 앞 벚꽃동산에서 조촐한'500회 자축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의정 전남대 신방과 교수는 "10여년 동안 끊이지 않고 왔다 점에 보람을 느끼고 마음의 고향처럼 언제나 돌아오면 그 자리에 있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며 "인간관계가 날로 소원해지고 삭막해지는데 맥주 한잔으로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오백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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