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2001년 영국의 존 홉킨스가 만들어낸 용어로 IT버블 붕괴 이후 새로운 산업을 문화 콘텐츠와 같은 창조산업 중심으로 발전시키려 했던 블레어 정부의 전략에서 유래한다. 사실 세간의 회의적인 시각과는 달리 창조경제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절박한 우리경제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중요한 시도이다. 잠재성장률이 본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와 자산구성을 고려할 때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기폭제 역할을 하는 신동력이 발굴되지 않으면 일본식으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거듭된 금융위기로 선진국들이 본격적 양적완화에 나섬에 따라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로서는 정책면에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의 역할을 바탕으로 미래 준비가 절실한데 과중한 외화유동성 관리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회복세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부각되지 않은 취약한 기반에 기초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초기대응과정에서 정부의 전례 없는 개입과 지원으로 지탱해온 이면에는 심각한 불안요인이 잠복해있다. 그동안 부동산 편중으로 초래된 대규모 부채감축 노력을 새로운 자산의 발굴 없이 정부부문 이전으로 일관해온 후유증은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상황이 일시 안정된 현 시점에서 최선의 정책은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에 투자하는 것이다.
시장심리가 잔뜩 움츠러든 작금의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거 칸막이식의 요소투입적 개별투자방식은 '자기 발에 총 쏘기'일 뿐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주변을 피폐하게 하는 허무한 성과만 일궈내기 쉽다. 더욱이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고도의 산업화 단계에서 누구도 사업주체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 실제 위기 이후의 시장안정을 위한 전례 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대기성 자금이 많은 상태이지만 장기간의 위험감수를 감당할 주체를 찾기는 어렵다. 역설적이지만 성장동력발굴을 위해 대규모 장기투자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참을성 있는 자본토대는 이미 와해된 지 오래다. 특히 그나마 시장신뢰가 남아있는 주체는 정부뿐이다. 그러나 정부부문은 이미 거듭된 위기로 역할을 소진한 상태이다. 사실상 세계는 통합 환경하의 위험감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글로벌 공공재 공급에 인색해왔다. 위험파악이 어려운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간의 투자기피는 결국 더 이상의 사적 이익추구마저 어려워진 현재의 환경을 초래한 것이다. 세계는 공공재 공급부족(공해나 금융불안정과 같은 시스템차원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금융시스템에 기대어 단기성과를 추구한 단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미래의 경제 패러다임에 기초한 고용과 성장의 기반이다. 고도의 기술적 전문성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성장패턴을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글로벌 공공재 공급확대와 맞물린 신규투자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창조경제와 관련하여 특히 강조되어야 할 사안은 미래의 성장이 선택적이 아닌 포괄적인 것이어야 하며 융합의 동력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가시화되도록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야 하는 점이다. 즉, 융합을 통한 새로운 차원의 성장기반 다변화는 향후 생존과 번영의 기본이다. 이미 과점화되어버린 산업구조에서 승자독식 구도의 강화는 '공도동망'으로 이르게 된다.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해서는 첫째, 자발적 융합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주체의 신뢰성이 제고되어 안정적 펀딩도 가능해진다. 법체계의 정비와 금융역량의 구축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융합환경의 정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다. 둘째, 과거 산업정책과는 달리 정책집행에 있어 민간의 창조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비정부 공공기관을 통한 간접지원 방식에 의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창조경제의 성공에 필수적인 민간의 창의성과 참여를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의 여부가 향후 창조경제의 성패를 가늠 지을 것이다. 역동적인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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