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이 교황 프란치스코의 계속된 파격 행보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새 교황이 선출 직후부터 교회 개혁을 위해 탈권위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보인 일부 행동이 가톨릭의 전통을 크게 위배한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가톨릭 블로그 ‘로라테 카에리’는 30일 교황의 세족식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바티칸의 전통을 되살리려 노력했던 8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시사평론가 크리스 길리브랜드는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가톨릭의 많은 규율은 개인 취향에 따라 준수 여부를 따질 사안이 아니다”라며 “수천 년에 걸쳐 다듬어진 제도를 교황이 먼저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지난달 13일 선출 직후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첫 모습을 보일 때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 망토를 걸치지 않는 등 파격 행보를 보였다. 성목요일인 28일에는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2명을 세족식에 불러 직접 발을 닦아주었다. 미국 일간 휴스턴 크로니컬은 “전통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상 교황이 권위를 벗어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잡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신은 그러나 교황의 최근 행보가 교회 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시선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행동을 했다”며 “같은 행동이 추기경 때는 문제가 안 되고 교황 때는 문제가 되는 상황은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교황의 행동이 전통 무시냐 파격이냐는 과거에서부터 전해오는 가톨릭의 규정이 옳고 그르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며 “일반 신자들은 교황의 행보에 호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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