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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훔쳐보기에 열광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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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훔쳐보기에 열광하는 사회

입력
2013.03.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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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북한 도발 가능성, 금융사와 방송사의 해킹… 대단한 뉴스들이었지만 정작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화젯거리는 따로 있었다. '강원도 호화별장 성접대'에 관련된 동영상의 실체가 시중의 가장 큰 궁금증이었다. 심지어 한 종편은 뉴스시간에 비디오 장면을 재연하여 시청률 때문에 시청자들의 훔쳐보기 본능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얼마 전 한 남성 국회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자 나체사진을 검색하는 바람에, 그리고 한 여성 기상캐스터는 블라우스 단추 사이가 벌어진 옆모습에서 신체 내부가 노출되는 바람에 곤혹을 치렀다. 즉 한 분은 은밀한 훔쳐보기를 하였고, 한 분은 은밀한 훔쳐보기를 당하였던 것이다.

남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사람들이 가진 쾌락과 공격적 성향이 눈을 통해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훔쳐보기에 너무 몰입하게 되면 충동적 성격과 우울증 등 정신장애가 발생한다. 습관적으로 타인의 특정 신체부위나 성행위를 엿보거나 이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본능 때문이 아니고 성도착증의 하나인 관음증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훔쳐보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는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훔쳐보기의 본능적 욕구를 대신해 주는 것이 영화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과 만족을 얻기도 하지만, 한편 자신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를 통해 은밀한 훔쳐보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훔쳐보기의 욕망을 충족해주는 영화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훔쳐보기를 원한다. 이는 영화가 훔쳐보기의 형식을 이용한 설정된 가상으로 표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일반인들은몰래카메라 동영상을 찾고 적나라하게 성애를 표현하는 포르노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훔쳐보기를 주제로 만든 몇 편의 영화들이 있다.

1998년 개봉한 피터 위어 감독,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는 자신도 모르게 훔쳐보기를 당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표정연기가 일품인 코미디 전문배우 짐 캐리가 훔쳐보기 피해자의 고뇌를 진지하게 잘 표현한 영화이다. 트루먼 쇼는 한 남자의 일상생활을 몰래 엿보는 TV 프로그램의 이름인데, 주인공인 트루먼은 가상마을로 만들어진 스튜디오에서 태어나 평범한 은행원으로 살아가며 그의 생활 전부가 24시간 생방송된다. 정작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진실을 알고는 진정한 자유를 찾아 탈출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같이 사는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배우로, 트루먼을 이해하는 동료가 아니라 역시 훔쳐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트루먼 쇼 다음해에 개봉한 론 하워드 감독의 '생방송 에드 TV'는 한 남자가 스스로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 경우이다. 정해진 각본이 없이 하루 종일 카메라가 따라다니면서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을 생방송하는 것이다. 몰래카메라 성격인 트루먼 쇼와는 달리 에드 TV는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에드는 평범한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본인이 출연을 원하였고, 방송이 시작되자 높은 시청률로 벼락스타가 된다. 에드의 가족과 친구들도 처음에는 TV 출연을 함께 즐겼었지만 점차 자신들의 노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에드를 떠난다. 더구나 방송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에드의 사생활을 간섭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취지와는 달리 에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시청자와 제작사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삶을 살게 된다.

이 두 편의 영화는 훔쳐보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망과 이를 이용하는 방송,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원치 않던 훔쳐보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하여 연예인이나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생활까지도 낱낱이 파헤쳐지기도 하는데, 집단적이고 폭력적 경향을 나타낸다. 훔쳐보기 문화의 범람은 개인의 정신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사회적 병리현상이고, 어느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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