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평전이 출간된 후 환기미술관과 평전 저자 사이에 저작권 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환기미술관은 최근 평전(유리창 발행)를 출간한 저자 이충렬 씨를 상대로 저작권 위반 법정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기미술관 측은 31일 "이 씨가 환기미술관의 동의 없이 작품 도판 8점, 김환기 김향안 여사의 초상과 함께 찍은 작품사진 25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환기 화백과 부인 김향안 여사의 모든 저작권을 갖고 있는 환기미술관은 이씨의 평전이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 등 5가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 이씨는 전화통화에서 "저작권 전문 변호사에게 3번에 걸쳐 감수 받았고, 법적으로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환기미술관은 작품 저작권이 사후 50년이란 점을 들며 이씨가 평전에서 작품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씨는 '사진 저작권'의 경우 1977년 이후에 찍은 사진만 보호받을 수 있는데 평전은 그 이전 촬영된 것만 실었다고 밝혔다.
애초 이 씨는 2월 중순 환기미술관에 김환기의 작품 도판 사용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했다. 미술관이 초고를 검토한 후 김향안 여사와 전 남편이었던 시인 이상, 김환기를 동시에 언급한 부분 등 몇 군데 수정을 요구했고, 저자가 이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미술관은 2월말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출판금지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는 요지의 내용증명서를 보냈고, 이씨는 법적 검토를 마친 후 지난 주 출판했다.
미술관측은 평전의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김환기와 이상, 김향안의 관계를 비롯해 김환기의 첫 번째 부인 박씨가 집안에서 선택한 '씨받이'에 불과했다는 유추, 주치의 오진으로 인해 김환기가 허리디스크로 고생한 내용 등이 소개됐다. 환기미술관 측은 작가의 유추가 '사실 왜곡'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씨는 "인물들의 대화 장면 등 모든 평전은 어느 정도 허구적 상상력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사실에 근거한 허구인가가 중요하다"며 "오진한 주치의가 환기미술관의 최대 기부자라서 출판될 경우, 불편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기 화백의 둘째딸 김금자 여사는 환기미술관과 별도로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주기자 miss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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