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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업계, 첨단소재 연구로 ‘백조’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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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자재업계, 첨단소재 연구로 ‘백조’ 되다

입력
2013.03.3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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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연비과장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제품 가격 산정의 핵심인 연비를 부풀렸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대규모 소송에 직면한 것. 그러자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일이 관건이 됐는데, 'GMT(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라는 경량화 소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GMT를 활용한 언더커버를 엔진에 장착하자 연비를 4%가량 개선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이 소재를 만든 곳이 바로 한화L&C다. 한화L&C는 흔히 창호와 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건축자재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첨단소재를 수출해 자동차 업체들의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줬다.

건자재 분야는 그 동안 B2B(기업 대 기업) 업종 중에서도 전형적인 후방산업에 속했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죽을 쑤면 건자재 수요도 곤두박질치는 식이다. 때문에 주택시장의 등락에 따라 건자재 업체들의 실적도 널뛰기를 반복했다. 게다가 지금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침체에 빠진 터라 건자재 업계는 덩달아 깊은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건자재 업체들의 '외도'는 선택이 아닌 숙명이 됐다. 건설경기가 어려움을 겪어도 건자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신사업 발굴ㆍ육성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것인데, 특히 주목한 분야가 자동차ㆍ전자 등 첨단 신소재다.

한화L&C가 자동차 부품소재 사업에 뛰어든 건 1986년. 그 때만해도 소재부문은 건자재의 보조사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95년 양산을 시작한 GMT의 경우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나든다. 또 휴대폰의 회로기판에 들어가는 FCCL(연성동박적층판)은 국산화에 성공, 전자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창범 한화L&C 사장은 "스마트폰의 급성장을 미리 간파하고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 국내 전자부품 시장을 싹쓸이 하던 일본 업체들의 공세를 비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51년 일찌감치 사출성형을 시작했을 만큼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의 역사가 길다. 이 가운데 자동차시트 원단은 친환경 트렌드를 접목한 고급화 전략이 주효, 세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경량 복합소재도 LG하우시스가 공을 들이는 분야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소재 전시회인 'JEC 컴포지트 유럽'에서 기술혁신상을 수상한 LFT-D(장섬유 강화 플라스틱)는 전기차 배터리팩의 무게를 30% 이상 줄인 신공법으로 각광받았다.

KCC는 전자기ㆍ반도체 부품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칩을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EMC를 비롯, 실리콘 실란트 박판유리 등 유ㆍ무기화학 소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첨단소재에 대한 연구개발(R&D)과 꾸준한 투자는 건자재 업계의 매출 구조를 바꿔 놓았다. 한화L&C는 이미 소재사업 부문 매출이 건자재 부문을 추월, 작년엔 58%까지 치솟았고 LG하우시스의 고기능 소재 비중도 40%에 육박하고 있다. 강신우 LG하우시스 경영전략ㆍ혁신담당 상무는 "자동차 분야만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등 건설경기 불황을 사업 다각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첨단 기술은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KCC는 최근 유기실리콘을 생산ㆍ판매하는 영국 화학업체를 인수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서두르는 중이다. LG하우시스 역시 2011년 중국 톈진(天津)에 투자한 3만3,000㎡ 규모의 자동차원단 공장이 자동차메이커들을 상대하는 핵심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는 건자재와 달리 소재는 쓰임새가 무궁무진해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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