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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생’ 없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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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상생’ 없는 한국영화

입력
2013.03.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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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관객 1,000만 명이 들면 영화사는 얼마를 벌까. 제작비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과거 같으면 아무리 적어도 70~ 80억 원은 됐다. 그 돈으로 다른 곳에 손 벌리지 않고, 내 영화 서 너 편은 맘대로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 없다. 영화사가 손에 쥐는 돈은 고작 20, 30억 원으로 극장부금(상영료)을 뺀 수익의 10분의1 수준이다. 아무리 같은'대박'영화를 만들어도 영화사들은 여전히 가난할 수 밖에 없다.

■ 이유야 간단하다. 영화사의 몫이 점점 적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투자사와 제작사의 수익분배 비율은 6:4였다. 그러던 것이 7:3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8:2까지 내려왔다. 배급수수료도 5%에서 매년 오르더니 12%까지 뛰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한국영화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횡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투자와 배급의 절반, 멀티플렉스의 95%를 장악하면서 제작사를 하청업체쯤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 온 나라가'상생'을 외치고, 정부까지 나서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고 나서고 있지만 영화계는 아랑곳 없다. 산업구조가 이렇다 보니 정부가 아무리 지원을 확대해도 결국 수혜자는 수익의 90%를 챙겨가는 대기업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 정부는 문화의 다양성보다는 경제논리에만 집착해 이들의 독점을 더욱 부추겼다. 펀드의 구성원칙이나 각종 조세지원으로 보면 영화산업은 중소기업업종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의 특혜성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 그러니 영세 제작사와 극장은 안중에도 없다. 작품에 대한 간섭과 통제는 예사이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무너뜨리듯 멀티플렉스를 경쟁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관객이 적으면 곧바로'퐁당퐁당'상영으로 바꾸거나 내려버리고, 자기 식구가 아닌 극장들이 부금을 조금만 늦게 주어도 곧바로 영화 상영을 끊거나, 다음 작품을 배급하지 않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영화만큼 창의와 창조, 상생의 산업도 없다. 이를 외면하는 기업은 영화와 함께 할 자격이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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