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시업체가 서울의 일반고 214개교의 지난해 수능성적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무려 70개교에서 재학생의 3분의1 이상이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최하위인 7~9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평균 23%보다 10%나 많은 수치다. 최하위등급 성적의 학생이 절반을 넘긴 학교도 4곳이나 됐다.
그나마 강남은 덜한 편이다. 서초구와 강동구에는 하나도 없고, 송파구와 강남구도 한 두 곳뿐이었다. 반면 강북의 성북구는 7곳, 중랑구와 은평구는 5곳으로 조사됐다. 중랑구의 한 고교는 재학생의 56.9%가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특목과와 자사고에 우수학생들이 몰리면서 일반고의 상대적 성적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그래도 교육환경이 가장 좋다는 서울에서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실제로 서울 일반고에서 수업시간에 교실 여기저기서 엎드려 낮잠만 자는 학생들 모습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상당수가 대학진학을 포기했거나, 아예 학교생활을 해야 할 최소한의 동기조차 상실한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사들은 딱히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방치해왔다. 최하위 성적 학생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수업운영에 어려움이 많고, 학교폭력의 위험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가 떠안아야 할 당연한 교육의 의무를 포기하는 행위다.
일반고의 정상화 없이 공교육 정상화를 말할 수는 없다. 자질과 적성이 천차만별인 학생 모두에게 획일적 수준의 입시공부만 강요하는 것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귀중한 미래 인적자원들을 죽이는 일이다. 당장 일반고의 예산과 운영의 자율권을 확대함으로써 수준별 다양한 수업을 허용, 학력 불균형을 완화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 적성과 특기를 살려주는 교육과정과 진로지도로 학교생활의 동기를 되살려줘야 한다. 어떤 이유로도 지금과 같은 교실 안 교육의 포기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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