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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사회복지공무원 잇단 극단의 선택… 실태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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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사회복지공무원 잇단 극단의 선택… 실태 어떻길래

입력
2013.03.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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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당시에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이 다수 과로로 사망하거나 유산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그 이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지난 27일 인천 남동구 만수1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10년차 사회복지 공무원 권진희(35ㆍ여)씨. 그는 최근 사회복지 공무원의 잇따른 '죽음'과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대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1월 31일 경기 용인시 사회복지 공무원 이모(29)씨의 투신 자살을 시작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사회복지 공무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모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 같은 비극이 잇따르는 것인 가. 사회복지기초생활수급자가 몰려있는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의 업무량은 가히 '살인적'이다. 권씨의 동료이자 3개월차 사회복지 공무원 김영선(42ㆍ여)씨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양육수당 등 보육료, 아동ㆍ청소년 급식과 시설 입소, 문화 바우처, 매입ㆍ영구ㆍ전세 임대 등 주거복지 지원 등이 모두 김씨의 손을 거쳐야만 이뤄진다. 기본적인 수급자 관리와 가정 방문에 동 주민센터를 찾는 민원인도 상대해야 한다. 만수1동에 거주하는 수급자는 1,200여가구에 2,000여명. 만수1동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3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무원 1명이 수급자 600여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최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무량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교육부, 국토해양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추진하는 각종 복지 관련 업무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바로 동 주민센터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육료 지원에 지난해부터 교육부의 저소득층 학비 지원 업무까지 더해져 최근 두 달 동안 주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3월 582건이었던 만수1동의 보육료ㆍ학비 지원 신청은 올해 같은 기간 1,673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인력 충원은 임시직이 전부였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 따르면 13개 정부부처, 292개의 복지업무가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집중됐다. 이른바 '깔때기 현상'이다. 대단위 아파트 개발로 인해 수급자와 탈북자 유입이 많고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선 남동구의 경우 5개 부서에 13개 팀의 복지업무가 동 주민센터로 내려왔다. 2010년 수급자 급여 관리 등 행정업무 처리를 돕는 정보시스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을 도입하고 수급자 관리와 조사 등 업무가 기초자치단체로 이관됐지만 동 주민센터의 일은 줄지 않았다. 업무 이관으로 동 주민센터 인력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공무원 1년차 백고운(35ㆍ여)씨는 "수급자 가정을 방문하거나 아이가 아파 잠시 자리를 비우면 민원과 업무가 쌓여 주말 근무를 해야 한다"며 "업무를 대신 맡아줄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 비중이 높은 사회복지 공무원은 폭행과 폭언, 성추행 등 위험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권씨는 "90대 노부부 가정을 방문했다가 정신장애가 있는 30대 딸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두들겨 맞다가 도망친 적이 있다"며 "두고 볼 수는 없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동 주민센터 여건상 여성 혼자 가정 방문을 갈 때가 많다. 그러나 수급자 중에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출소자와 정신적으로 불안한 경우 등이 있어 위험을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후원물품 배분 등에 불만을 품고 동 주민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피우거나 전화로 폭언과 성추행 발언을 늘어놓는 민원인도 하루에만 대여섯 명에 달한다. 이들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거나 언성을 높이면 불친절 공무원으로 신고돼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백씨는 "살인적인 업무량과 고질적인 민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면 가족조차 '철밥통' 공무원 일이 뭐가 힘드냐고 이해하지 못한다"며 "자살한 공무원도 한 가정의 가장에 혼자서 일하면서 고민 털어놓을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복지정책 예산은 45%, 복지 대상자는 157.6%가 증가했지만 전담 공무원은 4.4%(2011년 말 현재 1만689명) 느는데 그쳤다. 정부는 2011년 7월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공무원을 2014년까지 7,000명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육아 휴직자 충원과 행정 공무원 전환 배치 인력 등을 감안하면 신규 충원은 4,400명에 불과하다. 인건비를 묶는 총액인건비제도도 인력 충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 1년 성과 및 과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복지제도나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복지 체감을 높이기 위해선 사회복지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하고 처우 개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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