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건강식품 제조업체 조사라도 하면 2~3주씩 밤새 잠복과 위장을 하기 일쑤인데, 수사비 지급 근거가 없어 모두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죠"
"성매매 업소에 청소년 고용 단속을 나가면 흉기를 소지한 유단자들이 막아 서는데, 정작 저희는 지급된 장비도 없고 곤봉 하나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들이 털어놓은 애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불량식품 제조 및 판매 엄단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선 가운데, 정작 최일선에서 이를 단속ㆍ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들은 늘어나는 업무, 미흡한 지원과 제도, 잦은 인사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사법경찰은 ▲원산지 허위표기 ▲불량식품 제조 및 유통 ▲폐수 무단방출 ▲불법대부업 단속 등 일반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행정공무원에게 제한된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중앙부처와 전국 지자체 등에서 총 1만3,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29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특별사법경찰 전담조직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특별사법경찰 77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업무가 아닌 일반 행정업무로 이동하길 희망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자가 47%(357명)에 달했다.
이동을 원하지 않은 응답자는 31%(23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업무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기피한다'(37%)는 답이 가장 많았고, 보통(35%), 매우 기피(14%), 선호(11%), 매우 선호(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동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인사상 불만족(34%), 적성 불일치(18%), 업무의 위험성(17%), 업무과다(16%) 등이다.
한 특별사법경찰관은 "전담조직이 없는 경우 특별사법경찰 파견기간 동안 직무배제, 근무평가상 불이익 때문에 서로 기피한다"고 말했다. 위험 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과 보호장구 등은 관련 규정이 없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또 1,2년마다 파견자가 바뀌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설문조사에서 수사지식 부족으로 업무에 지장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6.1%에 달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분한 보수 및 인사 차원의 보상, 위험수당 확대,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 강화, 전담부서 설치를 통한 업무 연속성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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