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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알바 공화국

입력
2013.03.2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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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카페베네 본사 앞에 동물 탈을 쓴 젊은이들이 모였다. 아르바이트 노동단체 알바연대 회원들인 이들은 카페베네 알바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와 임금 등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알바연대는 고용노동부와 카페베네 롯데리아 GS25 파리바게트 등 대기업 프렌차이즈 네 곳을 '알바 5적'으로 규정, 매장들을 돌며 릴레이 시위를 벌여왔다.

알바로 통칭되는 시간제 노동자(주당 36시간 미만) 숫자는 지난 해 말 현재 62만 3,000명으로 최근 7년 새 2배 가량 폭증했다.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커져온 소비 서비스산업 노동 수요의 상당 부분이 알바 노동으로 대체돼왔고, 한국의 서비스 산업은 저임금 알바노동 없이는 지탱될 수 없는 구조로 굳어졌다. 알바는 일시적ㆍ보완적 노동 형태라는 전통적 의미를 넘어 우리 산업의 주요 고용형태로 자리잡았지만, 사회적 인식과 법ㆍ제도는 그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알바연대의 저 시위는 익명의 알바들이 어엿한 노동 주체로서 스스로를 조직화하고, 자신들의 권익을 사회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현상적으로 알바의 문제는 역할과 대우의 비대칭 문제로 요약된다. 명목상 정규직의 보조여야 할 알바는 실제로는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급여는 직접 간여할 수조차 없는 법정 최저임금의 굴레에 갇혀 있고, 근로조건 역시 아무런 제도적 보호장치 없이 고용주나 단위 사업장 책임자의 자의적 기준에 종속돼 있다. 알바 노동의 양적 성장과 질적 추락은 노동구조의 기형화와 성장 잠재력 저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비용과 부담의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취재 도중 우리는 다수의 중ㆍ장년층 생계형 알바 노동자를 직ㆍ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청년실업 문제를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라는 선택의 문제로 개인화하는 기성세대에 대해 분노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대기업 상권에 짓눌린 자영업자들의 세력화와 저임금 알바들의 조직화가 향후 노동 환경의 가장 두드러진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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