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취임 후 첫 지방 행차에서 소형버스를 탄 채 차량통제 없이 신호등을 지켜가며 이동, 파격행보란 평가를 받았다.
리 총리 일행은 28일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에서 상하이(上海)시로 갈 때 경찰차를 동원하지 않고 도로도 봉쇄하지 않은 채 소형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고 신화통신이 29일 전했다. 리 총리 일행이 탄 버스는 시내에선 신호등을 철저히 지켰다. 리 총리는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직접 담아 먹었다. 그는 전날 장쑤성 장인(江陰)시 신차오(新橋)진에 소형버스를 타고 도착한 뒤 버스 주위에 수백 명의 인파가 모이자 이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격의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화통신은 리 총리가 기업인 및 지방 관원들과 잇따라 가진 좌담회의 음료수가 모두 생수였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의 친서민적 행차는 중국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이 지방이나 관광지를 찾을 때 주변 교통이 전면 통제되던 관행에 비춰볼 때 신선하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태산(泰山)을 찾았을 때 일대가 전면 통제된 것은 유명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취임 초기의 연출에 불과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도 늘 20년 된 점퍼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일가는 27억달러(약 3조원)의 치부를 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한편 리 총리는 지방 공무원들에게 호화 연회와 과다 접대를 금지하고 민원인 서류에 대해선 반드시 읽어보고 우선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29일 중국정부망(中國政府網)에 따르면 국무원은 최근 '국무원 공작(업무)규칙'에서 국무원 각 부처는 민원접수 제도를 개선하고 모든 공무원은 민원 서신을 직접 챙겨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고 명시했다. 앞서 26일 리 총리는 새 국무원 구성 후 열린 1차 부패방지 회의에서 올해부터 현(縣)급 이상 정부의 공무 접대비를 순차적으로 공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만하기로 악명 높은 '삼공경비'(해외출장비 접대비 차량비)를 비롯, 예산과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인민들이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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