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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수록 알바 늘려… 서비스 산업의 씁쓸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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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수록 알바 늘려… 서비스 산업의 씁쓸한 '버팀목'

입력
2013.03.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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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촌 아파트에서 경비원 알바를 했습니다. 대기업 경비업체 타이틀을 달았지만, 경비원들은 하청 인력업체에서 고용한 알바였죠. 팀장들까지 알바였고 그 위 관리직 과장부터 정규직이었어요."(26세 남성 박모씨의 아르바이트 경험담)

어쩌면 도시의 하루는 서비스 업장마다 포진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마주치는 과정일지 모른다. 출근길에 들르는 커피전문점에서 시급 5,000원 알바가 주문을 받고 커피를 뽑는다. 담배를 사러 간 편의점에는 시급 4,860원의 알바가 혼자 카운터를 보고, 점심시간 식당에는 6,000원 시급에 서빙을 하는 젊은 여성이 있다. 퇴근길 찾은 할인점 매대에서 중년 여성이 일급 5만원에 물건을 팔고, 지하주차장에선 일급 5만원에 주차 유도를 하는 청년을 만난다. 요즘 아파트에서는 50~60대 대신 젊은이들이 경비업무를 하는데, 이들 역시 100만원 초반대 월급을 받는 알바일 확률이 높다.

7년만에 파트타임 일자리 2배

한국의 파트타임 노동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할수록 상용직(풀타임)보다 시간제(파트타임)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특히 서비스업은 계절 요일 시간에 따른 수요 편차가 심해 파트타임 고용이 많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그 경향이 산업구조 개편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서비스업 및 판매업 종사자 중 시간제 노동자(주당 근로 시간 36시간 미만)는 2005년 31만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62만 3,000명으로 7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시간제 노동자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이 저조한 해일수록 높았다. GDP 성장률이 0.3%로 추락한 2009년 시간제 노동자는 10만명 늘었고, 2.0%의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지난해 9만 5,000명이 늘었다. 한편 5.2% 성장했던 2006년에는 1만 6,000명, 6.3%의 성장률을 기록한 2010년에는 4만 3,000명 증가에 그쳤다. 기업들이 불황기에 임금 수준이 낮고 해고가 용이한 파트타임 고용을 늘린 것이다.

서비스 업장의'고용 피라미드'

"아울렛 판매원으로 생활비를 벌어요. 정규직이 되면 좋지만 (집안일 때문에) 시간을 못 내니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죠. 매장에 정규직도 있지만 우리와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급여 차는 많죠. 정규직은 기본 월급에 상여금까지 받으니까요."(45세 주부 김모씨)

실제 서비스업 매장의 고용 구조만 살펴봐도 '알바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2009년부터 서비스산업 노동현장 실태를 분석해 온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파트타임 알바가 풀타임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제조업을 하던 대기업이 서비스업 프랜차이즈에 진출하면서 서비스업 고용 구조가 소수 정규직과 다수 파트타이머로 양극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이달 출간한 보고서에서 제빵제과 매장 고용 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빵집 매장에는 하루 평균 4~8명의 정규직, 2~4명의 기간제(인턴), 4~10명의 시간제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파트타이머 고용이 늘어난다. 소수 정규직과 다수 비정규직으로 이뤄진 전형적 피라미드식 고용 구조다.

패스트푸드 매장 역시 점장과 매니저 정도만 정규직이고 주방, 홀, 배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파트타이머나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최근 부쩍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제조유통 일괄형(SPA) 의류 매장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대학가나 학원가에 밀집한 스터디 카페 중에서는 매장 내에 아예 정규직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재주는 알바가 부리지만

"제가 일하던 빵집에는 풀타임 비정규직과 알바가 있었어요. 비슷한 일을 하는데 급여가 세 배나 차이 났어요. 알바에게 일을 떠넘기는 경우도 많았어요."(25세 여성 김모씨)

서비스 업종이 아르바이트 노동력에 상당 부분 부가가치 창출을 의존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급여 수준은 여전히 열악하다.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조사를 보면, 정규직이 주당 41.4시간을 일하며 월평균 246만원을 받는데 비해, 시간제는 주당 20.1시간을 일해 평균 60만 7,000원을 받았다. 정규직 근무시간의 절반을 일하지만 급여는 4분의 1만 받는다는 얘기다.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취약계층 근로실태 현장조사에서는, 조사대상 1,789개 사업장 중 218곳(12.2%)이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임금 근로조건 역시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손님이 적을 때 쉬는 시간을 주면서 그 동안 시급을 제하는 꺾기 관행, 휴게시간 미보장, 의류 매장들이 자사 브랜드 옷을 사 입게 하는 행위 등이 지적된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한 곳에서 오래 남으려는 의욕도 떨어진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위한 승진 사다리를 갖추지 않고 교육 훈련도 부실하다"며 "직원 교섟?잦으면 기업 입장에서 숙련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소비자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김현정 인턴기자(서울여대 영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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