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시국사건 최초로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돼 이후 과거사 재판에 이정표 역할을 했던 '조총련 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4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여미숙)는 1983년 조총련과 접선한 혐의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수년간 투옥됐던 김성규(73) 오주석(80) 송석민(63) 안교도(71)씨와 가족 2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총 40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안기부 수사관 등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는 그 불법의 정도가 중하며, 원고들은 출소 이후에도 억울한 누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몸과 마음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고교 교사였다가 유죄 판결 후 파면된 안씨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교사 월급을 근거로 21년간 일실수입(불법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기대수입)을 2억7,000여만원으로 산정하고 "이에 대해 1983년부터 연 5%의 지연손해금(이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업을 했던 다른 원고들은 일실수입이 불명확해 위자료 형태로만 배상금이 산정돼 지연손해금은 사실상 산정되지 않았다. "과거사 사건에서 위자료의 지연손해금은 사실심(2심) 변론 종결시부터 발생한다"는 2011년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위자료를 산정한다"며 위자료 자체를 일부 늘렸다.
서로 얼굴도 몰랐던 안씨 등은 일본에서 조총련 활동을 하는 친척을 만나고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이유로 1983년 3월 안기부에 끌려가 50일 넘게 불법 구금됐다. 구금 당시 각목 구타, 비눗물 코에 붓기, 잠 안 재우기, 손과 발에 몽둥이를 끼워 책상 사이에 매달기(일명 통닭구이) 등 고문을 당하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 안기부 수사관들은 이들이 검찰에 송치된 후에도 수시로 찾아가 "안기부에서처럼 시인하지 않으면 다시 데려가 고문하거나 교통사고 사망으로 처리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법원도 1년 만에 3심까지 초고속으로 형을 확정지었다.
7년여간 수감됐다 가석방된 이들은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을 계기로 이듬해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사건 발생 27년 만인 2010년 10월 무죄를 확정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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