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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르네상스’ 꿈꾸나…대륙은 지금 박물관·미술관 건립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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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르네상스’ 꿈꾸나…대륙은 지금 박물관·미술관 건립 광풍

입력
2013.03.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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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여파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과 달리 중국에서는 박물관 건립이 유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2011년 한해 동안에만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에 390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새로 생겼고, 올해에도 수십 개의 미술관이 추가로 들어선다.

정부 주도의 박물관 열풍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문화산업 진흥과 발전을 목표로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 문화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대에서 2015년에는 5%까지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정책에 따라 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는 사설로 운영되던 상하이 현대예술박물관을 인수해 새롭게 개장했다. 19세기 때 발전소로 사용되다 개조한 이 박물관에는 중국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할 예정이다. 12개의 전시실과 도서관, 연구실 등으로 구성됐다. 총면적은 4만1,000㎡에 달한다. 개장과 동시에 제9회 상하이 비엔날레를 유치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같은 날 상하이 내 중화예술궁도 문을 열었다. 2010년 상하이 월드엑스포 중국관을 고쳐 만든 중화예술궁은 중국의 근ㆍ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데, 총 27개의 전시실로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도 2011년 내부 수리를 마쳤다.

중국 정부는 올해 간쑤성(甘肅省) 둔황(敦煌) 지역에 3,300만달러를 투입해 박물관 기능을 겸한 관광객 센터를 건립한다. 이 센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둔황의 막고굴(莫高窟)을 보존하기 위해 지어진다. 막고굴은 4세기경 깨달음을 얻은 승려가 화공(化工)을 찾아 절벽을 파고 석굴을 지은 곳으로, 다른 순례자들이 잇따라 이곳을 찾으면서 석굴이 수백 개로 늘었다. 연간 수십만 명이 다녀가면서 동굴벽화와 조각상 등 석굴 내 유물들이 훼손될 우려가 있자 중국 정부가 나서 석굴을 직접 공개하는 대신 부분적으로 센터를 통해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미술계 큰손들의 전시장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박물관 외에 사립으로 운영되는 중소 규모의 박물관과 미술관도 증가하고 있다. 예술품 수집을 좋아하는 중국 부호들이 소장 예술품을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미술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금융재벌 류이첸(劉益慊) 부부도 미술관 설립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중국 작가 쩡판즈(曾梵志)의 ‘가면’ 시리즈(43억원) 등 약 3,600억원어치의 작품을 사들였다. 이렇게 사들인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해 지난해 말 상하이에 드래곤 미술관을 개관한 데 이어 현대미술 작품 전용 미술관 착공도 계획 중이다.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호인 부디 텍은 상하이의 오래된 비행장 격납고 건물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사용하기 위한 수리 작업에 들어갔다. 텍은 미국 미술전문 월간 아트앤옥션이 선정한 ‘세계 미술계 파워인사 톱10’ 중 8위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중국 미술작품 등을 수집해왔다. 텍은 “아시아에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개인 미술관들이 많이 생기면 사람들이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류샤오둥(劉小東)과 장샤오강(張曉剛) 등의 작품을 모아온 상하이 민생은행도 2008년 9월 민생예술박물관을 열었다. 민생은행이 투자해 만든 이 박물관은 중국 내 중진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며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현대미술관이 있던 건물을 개조해 2010년 문을 연 사립 와이탄(外灘) 미술관은 작품소장보다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 순회전시에 중점을 두면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질은 속 빈 강정

중국 내 초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전시 내용이 부실하고 예산이 부족해 문을 닫는 미술관들도 많다. 중국 정부의 전시 심의가 까다로워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기 어렵고, 미술관 경영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의 전 사립 본색미술관 관장인 이반 로는 “많은 사립 미술관들이 예산 부족에 시달리면서 전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심지어 경비시스템도 없고, 미술품 관리 요령조차 모르는 경영인들이 허다하다”고 밝혔다. 한 사립 미술관 관계자는 “정부가 전시내용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정부 선전용 전시나 행사 등을 강요하고 있어 미술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2010년에는 사립 미술관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립미술관연맹이 만들어졌다.

뉴욕타임스는 “맹아기에 접어든 중국 박물관 산업이 예술에 대한 진정한 식견 없이 발전한다면 외형만 웅장하고 개인의 부를 과시하는 예술창고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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