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 사상 최대 규모인 제작비 100억원의 초대형 야외 오페라 '아이다'가 10월 10~12일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공연기획사 PMG코리아가 주최하는 이 공연은 야외 오페라 축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 프로덕션을 통째로 공수해 온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올해 100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아시아 투어를 유치했다. 황금빛 대형 스핑크스와 피라미드가 등장하는 이 작품의 출연진은 1000명에 이른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발레단 등 베로나에서 오는 인원만 400명이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90)가 연출한 것으로 선보인다. 남녀 주인공으로 소프라노 후이 헤,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를 비롯해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연출가와 성악가,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명성 때문에 더욱 주목을 끄는 공연이다. 하지만 음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그동안 국내에서 몇 차례 있었던 '운동장 오페라'를 '한탕주의 쇼'라고 비판하는 이들은 '또 운동장 오페라냐'며 도리질을 친다. 반면 야외 공연의 가장 큰 문제점인 음향만 해결된다면 오페라 대중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국내에서 대형 야외 오페라가 처음 선보인 것은 2003년 봄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투란도트'다.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이 공연은 최고 50만원의 비싼 티켓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봤고, 이를 계기로 2년간 운동장 오페라 붐이 일었다. 그해 가을 상암의 '아이다', 이듬해 잠실운동장 주경기장의 '카르멘'등 제작비 50억~90억원의 블록버스터가 뒤를 이었다. 최고 60만원짜리 티켓을 판 상암 '아이다'는 이 오페라의 명장면인 개선 행진에 말 60마리, 낙타 20마리를 동원하는 등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었지만, 흥행에 참패했고 작품성도 형편 없다는 평을 받았다. 월드 스타 호세 쿠라를 주연으로 내세운 2004년 잠실 '카르멘'은 흥행은 어느 정도 됐지만, 음향은 여전히 해결이 안 돼 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았다. 그 뒤 사라졌던 운동장 오페라는 8년 만인 지난해 연세대 노천극장의 '라보엠'으로 다시 돌아왔다.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나오고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반주를 맡았지만, 표가 절반도 안 팔려 막판에는 70% 할인 땡처리를 할 만큼 흥행에 참패했다.
이번에는 잘 될까.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씨는 "오페라극장의 실내 공연과 달리 수만 명이 들어가는 운동장의 야외 오페라는 어차피 대중적인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고 전제하면서 "음향 문제 등 과거의 실패를 거울 삼아 보강하면, 오페라 관객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20년간 거의 매년 봐 온 오페라 매니아 박종호씨의 견해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는 "베로나 원형극장은 야외 무대이지만 음향이 좋아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며 "운동장에서 마이크 써서 하는 오페라는 예술이 아니라 흥행을 위한 쇼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2004년 잠실 '카르멘'에서 주연 테너 호세 쿠라가 터무니 없이 높은 출연료를 받은 뒤로 한국은 세계 오페라 시장의 봉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에 오는 제피렐리 연출 프로덕션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에맞서, 박종호씨는 "흘러간 거장의 구닥다리 연출을 왜 지금 가져와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제피렐리의 '아이다'는 시대 착오적 작품"이라며 "이번 잠실 공연은 전혀 기대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아이다'는 베로나 페스티벌의 단골 레퍼토리다. 작곡가 베르디 탄생 200주년과 베로나 페스티벌 100주년이 겹친 올해 베로나의 '아이다'는 두 가지 프로덕션이 나란히 올라간다. 하나는 박종호씨의 표현을 빌면 '상상을 초월하는 21세기형 연출'이고, 다른 하나는 100년 전 프로덕션의 리바이벌이다. 제피렐리의 '아이다'가 이 축제에 올라간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고, 올해는 빠져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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