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건축가가 가장 위대한 근대 건축가로 르 코르뷔지에(1887~1965)를 꼽는다. 이 불세출의 건축가는 20세기 모더니즘 정신을 요약했고, 근대 건축의 원칙을 세웠으며 수많은 글과 그림과 건축물을 통해 그 가치를 실천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 벨포르에 있는 롱샹성당이다. 근대 기계미학의 창시자였던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기계가 끔찍한 살상도구가 되는 과정을 목격한 후 '직각의 건축'이란 자기 원칙을 부수고 곡선과 원시적 형태를 살린 롱샹성당을 지었다. 이 건축은 폐허의 시대 아이콘이 되고 롱샹의 건축주였던 쿠튀리에 신부는 코르뷔지에에게 다시 라 투레트 수도원 설계를 부탁하며 한 가지 주문을 한다. 12세기 지은 프랑스 남부 르토로네 수도원을 참조해 달라는 것. 경사진 통로, 황홀한 빛의 굴절, 음악처럼 흐르는 열주 등 고전 건축의 매력에 빠진 르뷔지에는 이 수도원을 모티프로 라 투레트 수도원을 짓는다.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한 사진작가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을 체험하며 기록한 글과 사진을 모은 이 책은 라 투레트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생소한 외관 때문에 그 수도원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저자는 몇 개월 이 곳에서 생활한 후 투박한 외관 속에 감추어졌던 공간의 놀라움을 발견한다. 수도원 외벽을 뚫고 들어오는 몇 줄기 빛은 해와 달의 동선에 따라 살아 움직여 춤추고, 공간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이 놀라움의 기원을 찾기 위해 코르뷔지에가 만든 건축물들을 '순례'하기 시작한다. 롱샹성당, 아시성당, 마티스성당으로 이어지는 여행에서 놀라움은 성찰과 사유로 이어지고, 코르뷔지에의 정신은 저자의 영혼과 가슴에 파고든다.
소니 A900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코르뷔지에의 빛과 공간을 포착했다. 전설적인 일화, 압도적인 건축물에 가려져 그 동안 알려지지 않은 코르뷔지에의 뒷 이야기도 담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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