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최필립 전 이사장의 사임안을 통과시키고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 인사들의 모임이다. 김 이사장은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을 한번 뵌 것이 전부라 박 대통령과 연관 짓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선임 사실이 알려지자 "박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이력을 보면 박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 그는 상청회 회장을 세 차례나 지내며 박 대통령에게 수천 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내왔다. 박 대통령이 32년 동안 이사장을 지낸 한국문화재단 감사를 지냈고, 현재 박 대통령과 함께 육영수여사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이런 여러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이 선임됐는데 관련 없다고 한들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강탈 논란이 여전한 데다 MBC와 부산일보 등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센 논란에 휩싸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시 MBC 경영진이 최 전 이사장과 함께 MBC와 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대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몰래 추진했던 것은 그런 시비를 의식한 고육지책이었다.
김 이사장의 선임으로 정수장학회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다. 최 전 이사장 사퇴 후 중립적 인사들로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명칭을 변경하는 등 완전히 탈바꿈하기를 기대했던 시민사회는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람만 바뀌었을 뿐 문제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정수장학회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밝혔던 박 대통령으로서도 곤혹스럽게 됐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인사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해온 발언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박 대통령이 푸는 게 옳다. 정수장학회도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 이사장의 선임을 철회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