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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섬으로 떠난 여행… 청춘 이후 더 행복한 삶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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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섬으로 떠난 여행… 청춘 이후 더 행복한 삶을 묻다

입력
2013.03.2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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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책 제목보다 그 위에 쓰인 글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잔치를 끝낸 사람이라면 맞장구가 절로 나올 얘기다. '에피쿠로스와 여행하기(Travels with Epicurus)'라는 원제의 이 책은 70대 초반의 미국 교양 철학 저술가 대니얼 클라인이 그리스의 이드라 섬에 머물며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여행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인공치아 시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생각해 보니 사리에 맞지 않은 판단이었던 것이다. 그는 나이를 부정하는 유행병에 걸려 청춘을 이식하겠다는 '멍청한 계산'을 했다고 고백한다. 노년기를 지나 초고령기를 맞이할 생각에 막막해진 저자는 해답을 찾고자 여행가방에 철학서적을 가득 챙겨 그리스행 비행기에 올라탄다.

클라인의 동행은 개인적ㆍ정신적 쾌락의 추구를 인생의 최대 목표로 삼았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다. 에피쿠로스는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며 운이 좋은 건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라고 했다.

저자와 그의 그리스인 친구 타소처럼 운 좋은 늙은이가 되는 건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칸트의 말처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할 수 있는 친구와 어울리며 즐거운 식사를 하고, 니체의 충고처럼 노년기에도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배우자와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한 즐거움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소박한 즐거움은 값도 저렴하고 육체에도 큰 부담을 주지 않으니 1석2조다. 일에 일생을 바치지 말라고도 한다. 행복에는 자유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10가지' 같은 버킷리스트에 목숨 걸지 말고 차분하게 인생의 황혼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책은 철학이 무엇인지 에피쿠로스가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전혀 상관 없을 만큼 술술 읽힌다. 위트와 유머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 노년층 독자를 위한 책이지만, '피로사회'에서 느긋하고 여유롭게 나이 들고 싶은 청춘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이드라 섬을 여행하는 듯한 대리만족은 덤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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