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의 매장관리법 베낀 도요타이탈리아 커피문화 변용한 스타벅스 등 원본 뛰어넘는 참신한 모방 소개거대한 호박처럼 사업 키우는 비법 조언모든 고객을 잡으려 하지 말고 어떤 고객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남들을 모방만 해서는 망한다', '손님은 왕이다' 식의 뻔한 경구를 과감하게 배척하는 역발상의 경제경영서 두 권이 나왔다. 이 책들은 '과감히 베껴라', '나쁜 고객을 해고하라'고 외친다. 일본 와세다대 상학학술원 교수와 미국 컨설팅 회사 경영자이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중소기업 관련 칼럼을 쓰는 이들이 저자다.
의 저자 이노우에 다쓰히코는 10년간 비지니스모델 강의를 하면서 혁신이 어디서 찾아오는지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모방'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 구조적 본질을 꿰뚫으라고 조언한다.
가장 유명한 커피 체인 스타벅스나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 역시 시작은 모방이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 1971년 시애틀에서 커피원두를 로스팅해서 판매하는 소매점주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훗날 스타벅스의 경영이 위태로운 틈을 타 회사를 자신있게 매입한 것은 이탈리아 밀라노 여행할 때 본 에스프레소바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오페라가 나오는 카페에 서서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는 것을 보고 그는 스타벅스에 그 사업 콘셉트를 적용한다. 그러나 시끄러운 오페라는 미국 정서에는 맞지 않았고 고객들은 편안한 자리에 앉기를 원했다. 슐츠는 즉시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를 변형한 미국식 카페를 꾸몄는데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도요타식 생산시스템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노 다이이치 역시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 딱 그만큼만 사는 슈퍼마켓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부품 구매방식을 착안했다고 한다. 팔리지 않는 상품을 매장에서 제거해 여유 공간에 새로 개발한 신제품을 채워 나가는 슈퍼마켓 방식으로 그는 혁신을 이루었다.
검은 고양이 마크로 유명한 야마토운수 역시 택배업을 시작할 때, 한가지 요리에 집중해 성공한 쇠고기덮밥 체인점 요시노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월마트 창시자 샘 월튼은 "내가 한 일의 태반은 다른 사람의 모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방은 빠른 시간 내에 경쟁자를 추월하고 큰 리스크 없이 성공에 이르는 기술이다. 그러나 '독창적인 작가란 누구도 모방하지 않는 작가가 아니라 아무도 모방할 수 없는 작가이다'라고 말한 프랑스 작가 샤토브리앙의 말처럼 모방을 통해 얻은 체득으로 그 너머의 본질을 뛰어 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모방'은 뛰어난 모델을 통해 영감을 얻은 후 독자적인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즉, 막무가내로 베끼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베껴야 한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들이 베낄 수 없는 노하우를 가진 자기주도 학습지 구몬처럼 말이다. 주로 일본과 미국의 사례에만 한정돼 시야가 그다지 넓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방의 창조성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 돋보인다.
은 '평범한 호박은 언제나 잊혀진다'는 명제를 통해 경쟁자를 물리치고 고객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라고 일러준다. 뉴스에서 본 500kg짜리 거대 호박을 키우는 데 인생을 바친 괴짜 농부를 찾아간 저자는 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대 호박을 키우려면 그만큼 종자가 중요했고, 때문에 그 호박씨는 한 알에 무려 1,800달러나 했다. 저자는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식이나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그야말로 혁신해버린 애플처럼 비즈니스에서 나만의 호박, 아주 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책에는 천천히 비참하게 죽어가는 회사가 되지 않기 위한 비법들을 제시하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안되는 걸 알면서도 모두를 잡으려고 하지 말고 과감히 잘라낼 것은 잘라내라는 충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객은 늘 옳다'는 슬로건이 사실은 틀렸다고 지적한다. 즉 어떤 고객에게 집중할 것인가를 택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서비스를 제거하라, 우수고객을 우선하라, 가격을 올려라, 두 번째 일을 거부하라' 등 네 가지 방법으로 나쁜 고객을 쳐내라는 상세 지침까지 내린다. 사업은 인기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떠나야 할 것은 형편없는 고객만이 아니다. 잘 맞지 않는 고객도 떠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당신의 손님일 수 있다. 달라이라마가 문을 두드리면서 신발을 사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신발이 아니라 모자를 만든다면 여전히 그 관계를 제거해야 한다. 훌륭하고 친근하며 다정한 고객들도 당신의 제품과 맞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118쪽)
모두를 우수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호박을 거대 호박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행위로,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다른 고객들을 무시하거나 부실하게 대하라는 말은 아니다. 품질을 유지하되, 백화점이 소수의 VIP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우수고객을 섬겨 나머지 고객들을 저절로 따라오게 이끌라는 뜻이다. 보편적으로 모든 사업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평범한 회사를 탁월한 회사로 바꾸기 위한 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흥미롭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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