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둑계 신구 세대 최강자들의 첫 결승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맥심커피배 결승전이 결국 박정환의 완봉승으로 막을 내렸다.
랭킹 2위 박정환은 27일 강원 강릉 메이플비치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4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랭킹 1위 이세돌을 불계로 물리치고 열흘 전 결승 1국 승리에 이어 종합전적 2대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맥심배는 9단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다. 박정환은 2010년 12월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라 9단으로 특별 승단한 후 이듬해 13기 대회에 첫 출전해 6연승으로 우승했다. 이번 기에도 5연승을 거둬 합계 12연승으로 '맥심불패' 행진을 이어가면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결승전에서 이세돌이 평소답지 않게 두 판 모두 크게 유리한 바둑을 어이없게 역전패 해 눈길을 끌었다. 결승 2국에서 박정환이 중반 무렵에 이미 패색이 짙어 당시 인터넷 바둑사이트에서 생중계하던 김성룡이 서슴없이 "사실상 끝났다"며 이세돌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할 정도였는데 마지막 순간 대반전이 일어났다. 박정환이 돌을 거두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에 이세돌이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연거푸 두어 차례 의문수를 두는 바람에 단숨에 형세가 뒤집혔다. 박정환은 결승 1국에서도 불리한 바둑을 종반에 뒤집는 끈질긴 뒷심을 발휘했다. 박정환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결승 2국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며 "대국 중간에 '그만 포기하고 3국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세돌 사범님이 종반에 무리하게 내 말을 잡으러 오면서 기회가 생겨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국내 랭킹 1, 2위 간의 첫 타이틀매치이자 국내 바둑계 현재권력인 '80년대생'과 미래권력인 '90후 세대' 선두주자의 첫 맞대결은 결국 박정환의 완봉승으로 끝났다. 두 선수는 박정환이 프로가 된 지 1년 4개월이 지난 2007년 9월에 첫 대결을 벌인 이래 6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전에서 만나 자웅을 겨뤘다. 최근 이세돌에 3연승을 거둔 박정환은 통산전적에서도 4승6패로 따라붙었다. 이로써 박정환은 통산 11번째 우승(세계대회 1회, 국내기전 10회)을 차지했다. 결승전 우승률이 86.6%(11승2패)에 달한다. 현재 보유 중인 타이틀은 지난 2월 3연패를 달성한 KBS바둑왕에 이어 2개로 늘어 났다.
한편 삼성화재배, 춘란배, 올레배, 명인, GS칼텍스배 등 5관왕인 이세돌은 그동안 국내외 기전 결승전에서 10차례 연속 승리를 거뒀으나 이번에 모처럼 만에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이세돌 9단이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는 목진석 9단의 관전 소감처럼 결승 1, 2국 모두 유리한 바둑을 어이없이 역전패, 전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이번 패배가 단순한 일회성 돌발사고가 아니라 한국 바둑계의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박정환이 초반에 무수히 많은 잽을 얻어맞아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몰렸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끈질기게 추격해 마침내 역전승을 거두는 과정이 마치 과거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던 시절의 동영상을 다시 보는 듯해 감회가 새롭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