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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있는 부부가 전ㆍ월세 부부보다 출산율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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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있는 부부가 전ㆍ월세 부부보다 출산율 높다

입력
2013.03.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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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년차 전업 주부 이모(36)씨는 얼마 전 둘째 아이 갖는 것을 포기했다. 네 살배기 아들의 양육비도 만만치 않은데 둘째까지 있으면 내 집 마련의 꿈이 더욱 멀어질 것 같아서다. 현재 이씨 가족은 서울 광진구에서 전세금 2억3,000만원에 72㎡ 면적의 아파트에 산다. 월수입은 250만원 남짓.

"혼자 쓸쓸하게 크는 아들을 보면 안쓰럽죠. 여유가 되면 둘째를 낳고 싶은데 나중에도 지금처럼 전세를 전전할까 봐 선뜻 그러지 못하겠어요."

3월 결혼한 강모(32)씨는 경기 수원 오피스텔에 신혼 집을 차렸다. 목돈을 마련하기 힘들어 보증금 7,000만원을 맡기고 매달 40만원씩 내는 반전세로 구했다. 하지만 월세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작한 게 영 달갑지 않다. 강씨는 "몇 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아 최소한 전셋집이라도 마련한 뒤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집값은 물론 전세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 양육 등에 드는 비용을 줄여 주거 안정성이 높은 집을 먼저 장만하려는 것이다.

이 현상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주거행태와 결혼ㆍ출산 간 연관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 당시부터 조사 시점(지난해 5월)까지 전ㆍ월세로 살고 있는 가구의 평균 출생아수는 1.62명. 결혼했을 때 본인의 집에서 살다가 이후 전ㆍ월세로 이동한 가구는 평균 1.85명을 기록했다.

반면 전ㆍ월세로 살다가 주택 마련에 성공한 가구는 평균 1.97명을 낳았다. 부모의 집에서 본인의 집으로 곧바로 이동한 가구의 평균 출생아수는 2.2명이었다. 이 조사는 결혼한 여성(20~39세)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2주간 이뤄졌다.

연구를 진행한 이삼식 저출산정책연구센터장은 "주택 장만을 위해 모아야 할 비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젊은 부부들의 주거안정성 확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현재 운영 중인 주택 지원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제도의 경우 자녀가 있는 가구를 지원 대상에 두고 있어 사실상 '신혼' 부부를 지원한다고 보기 힘들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기준도 부부합산 소득 4,500만원 이하로 바뀌어 맞벌이가 많은 신혼부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출산 이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주택마련을 위해 결혼을 뒤로 미루다 보니 출산율도 낮아지는 것인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양육과 보육에 맞춰있다"라며 "정부가 젊은 부부를 위한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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