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대외적으로 강경위협 발언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조만간 해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부는 일단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 부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경우 북한 권부의 권력지형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장 부위원장 해임설은 그가 최근 김 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 7일과 8일 김 1위원장의 서부 최전선 포병부대 시찰과 평양 시내 군 체육단 행사 이후 20일째 북한 매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이달 말 개최한다고 27일 전격 발표했다.
대북 소식통은 28일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 부위원장이 1인 수령체제하에서 너무 설치다가 김 1위원장에게 찍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당 중앙위 회의가 갑작스레 열리는 것을 장 부위원장의 해임과 연결시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김 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빠짐없이 수행하며 최측근으로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최룡해가 장성택의 천거로 발탁됐지만 이제는 은인을 배신해 밀어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장 부위원장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좌천됐다는 소문도 들리지만 정부당국은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장 부위원장의 노출이 뜸한 것은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일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김 1위원장이 주로 군부대를 찾았던 만큼 장 부위원장의 수행은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1위원장이 당과 군을 장악하고 장 부위원장은 내각을 지휘하며 역할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긴장구도 속에서 군부가 부각되고 장 부위원장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이달 말 당 중앙위 회의를 통해 현재 공석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 한 자리에 장 부위원장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 부위원장의 힘이 빠지기 보다는 오히려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향후 대화국면을 대비해 장 부위원장의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의 긴장상태가 완화될 경우 군복을 입은 북한 인사가 간판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장 부위원장은 그 때를 대비한 히든카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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