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마르티네즈(22ㆍ삼성화재)가 마지막 3세트 24-16에서 강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내리 꽂았다. 6시즌 연속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삼성화재 선수들은 코트에서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쿠바 출신 외국인 선수 레오가 펄펄 날았다. 지난해 삼성화재 우승을 이끌었던 가빈 슈미트(캐나다)의 빈 자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삼성화재가 28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을 3-0(25-21 25-23 25-16)으로 꺾었다. 3연승을 거둔 삼성화재는 V리그 6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이로써 통산 7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32득점(공격성공률 58.49%)을 올린 레오는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완벽한 시스템 배구에 녹아 든 레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고전을 예상했다. 삼성화재가 쿠바 출신의 외국인 선수 레오를 데려왔지만 가빈만큼의 활약을 보이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레오는 완벽하게 가빈의 빈 자리를 메웠다. 오히려 가빈 이상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사실 신치용 감독도 레오가 이처럼 빠른 적응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입국했을 때만 해도 레오의 체중은 78㎏에 불과했다. 그러나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식이요법으로 86㎏까지 체중을 늘렸다. 체지방이 아닌 근육량을 늘리면서 파워까지 실렸다.
레오는 빠르게 삼성화재의 시스템 배구에 녹아 들었다. 리베로 여오현, 석진욱 등 안정된 서브 리시브에서 시작되는 배구는 세터 유광우의 손을 거쳐 해결사 레오에게 이어진다. 삼성화재는 레오가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비 부담이 없는 레오는 무적이었다. 상대 팀들은 레오 위주의 공격 패턴을 알고도 막을 수 없었다. 레오는 챔프전 첫 무대에서 3경기 동안 120득점을 쓸어 담으며 우승을 이끌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더욱 빛난 '베테랑 듀오' 여오현ㆍ석진욱
"여오현(35)이 없었다면 삼성화재의 배구도 없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여오현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안정된 서브리시브로부터 시작되는 삼성화재의 배구에서 여오현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2000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여오현은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에도 줄곧 삼성화재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매 순간 몸을 던지는 여오현의 투혼이 없었다면 결코 삼성화재의 6연패는 불가능했다. 여오현은 올 시즌 중반 다소 체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챔피언 결정전에서 가장 빛이 났다. 챔프전 3경기에서 세트당 4.273개의 리시브와 3.636개의 디그를 걷어 올렸다.
"항상 마지막이란 각오로 코트에 나선다"고 챔피언결정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던 '배구도사' 석진욱(37)의 숨은 활약도 있었다.
삼성화재는 석진욱의 출전 여부에 따라 경기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레프트임에도 다른 팀 리베로에 버금가는 뛰어난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가끔 터지는 시간차 공격은 상대의 허를 찌른다. 무엇보다 풍부한 우승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석진욱은 챔프전을 앞두고 출전이 불투명했다. 4라운드 초반 왼 발목을 다친 석진욱은 지난 한 달간 삼성 STC(삼성트레이닝센터)에 머물며 병원을 오갔다. 그렇지만 통증을 참아가며 코트에 나섰고 여오현과 함께 수비를 책임지면서 삼성화재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3경기에서 세트당 리시브 4.455개를 성공시키며 세터 유광우의 부담을 덜어줬다.
인천=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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