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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중년의 허름한 가슴 노린 펀치 삶 부대끼는 아빠들 눈물샘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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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중년의 허름한 가슴 노린 펀치 삶 부대끼는 아빠들 눈물샘 자극

입력
2013.03.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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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펀치를 들고서.

강 감독의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이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는 학창시절 화려한 무용담을 남겼던 주먹들 중 최고의 전설은 과연 누구일까로 시작된다. 한 TV 프로그램이 그 무용담의 주인공들을 전국에서 불러내 링 위의 대결을 펼친다. 전국민의 관심 속 화제가 된 전설의 파이터 세 명은 같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다. 복싱 챔피언을 꿈꾸다 좌절해 이젠 혼자 딸을 키우며 국수집을 운영하는 임덕규(황정민 분), 친구가 오너인 대기업의 홍보부장으로 갖은 수모를 견뎌내는 기러기 아빠 이상훈(유준상), 꾀임에 빠져 저지른 한번의 실수로 아직도 삼류건달로 살고 있는 신재석(윤제문)이 그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학창시절 추억과, 링보다 더 잔혹한 세상과 뒹굴고 있는 중년의 현실을 번갈아 끄집어낸다. 파이터 대전이 거듭되며 긴장감은 고조되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각자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며 현재와 과거가 함께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작정하고 사오십대 아버지의 마음을 두들긴다. 그 펀치는 일부 빗나가기도 하고 때론 과한 느낌이 들게도 만든다. 하지만 중년의 허름한 가슴, 그 정확한 타점을 노린 펀치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부성의 감정은 울컥 눈물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덕규가 더는 싸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세상은 "그러면 안되잖아요. 40대라면 돈 앞에서 불나방처럼 달려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족이 있는데"라며 몰아세운다. 더러운 꼴 더는 못참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왔지만 상훈은 미국의 아들과의 통화에서"아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빠가 제일 잘하는 게 뭐야. 돈버는 거잖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치고 받는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맞는 척하는 게 아닌 실제 맞아 살이 뭉개지고 피가 터지는 장면이 생생하다. 그 힘든 액션을 몸이 부서져라 표현해 낸 배우들의 혼신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들의 아역을 맡은 박정민, 구원, 박두식 등의 연기도 칭찬할 만하다. 박정민이 연기한 어린 임덕규의 눈빛은 관록의 황정민만큼이나 깊었고, 박두식이 호연한 아이 신재석은 어른 신재석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단 그 여섯의 주연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 조연들의 연기는 아쉽다. 비열한 회장 역의 정웅인을 제외하곤 모두 극과 겉도는 느낌이다.

영화는 그저 최고의 주먹만 찬양하지 않는다. 동창회를 통해 맞고 살았던 이들의 비애를 들춰내고,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의 현장도 고발한다. 추억과 전설의 틈바구니에 낀 그 아픔들까지 어루만지려다 보니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놀라운 힘이다.

실컷 두들겨 맞고, 또 실컷 패고 난 뒤의 카타르시스. '전설의 주먹'이 선사하는 쾌감이다. 4월 1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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