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엘리트 선수들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
현재 국내 아마추어 및 학원 스포츠는 철저히 운동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공부는 뒷전이다. 수업을 들으려고 해도 친구들의 학업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 또한 학습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지적 성장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는 철저히 이들을 외면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는 '공부하는 선수 육성'이 교육 철학이다. 이에 운동 선수들에게 학업과 운동을 병행 할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존 맥케이 센터(John McKay Center)를 지난해 8월 건립했다.
USC 풋볼팀의 전설적인 감독 존 맥케이(John McKay)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존 맥케이 센터는 건립 비용으로 총 770억원(7,000만달러)이 들어갔다. USC 체육부 산하 21개 팀 650여명이 이용하는 센터에는 선수들을 위한 미팅룸과 라커룸, 코치들을 위한 사무실, 웨이트 트레이닝실, 체육부원 훈련실 등이 있다.
마크 잭슨 부센터장은 "선수들이 대학 생활 이후 사회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리더십, 인내, 프로페셔널 마인드 등 세 가지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운영 중"이라며 "모든 프로그램은 공부가 우선이라 학점이 안 되면 경기 출전 금지, 훈련 불허 등의 징계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싶어하도록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운동 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에서 역할이 없다. 학교 졸업은 미래의 보험"이라고 덧붙였다.
마지 엘 샤하위 센터 교수는 "운동 선수들의 전성기는 30대까지가 대부분으로 은퇴 이후의 성공적인 삶도 중요하다"며 "교육을 통해 젊은 운동 선수들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자 프로 골퍼를 꿈꾸는 USC 1학년 김경우(19)는 "미래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 좋다"며 "최고의 골퍼가 되고 싶지만 만약에 대비해야 한다. 골프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 하고 싶지만 공부의 중요성을 느껴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제 스포츠 행정가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어학 연수를 받고 있는 현정화 전 탁구 대표팀 감독은 "존 맥케이 센터의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과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운동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USC 출신 학생들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만 135개의 금메달과 87개의 은메달, 65개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이는 미국 대학 중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 1위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수영에서 200m 평영 금메달, 100m 평영 및 4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한 레베카 소니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육상 3관왕에 오른 앨리슨 펠릭스 등이 있다.
이처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교 스포츠의 새로운 지향점이 된 USC의 존 맥케이 센터는 국내 학교 스포츠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캘리포니아)=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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