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박병엽 원톱'체제에서 '박병엽-이준우 투톱'체제로 전환됐다. 팬택 창업자이자 CEO인 박 부회장은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투자유치를 통한 재무구조개선에 전념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벤처신화의 주역으로, 워크아웃의 고통을 딛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두 거대 회사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팬택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박 부회장이 또 한번 특유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팬택은 28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박 부회장과 이준우 부시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통상적인 회사업무와 제품개발 등 현장경영은 이 부사장이 총괄지휘하고, 박 부회장은 외부투자자금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주력하는 구도다.
박 부회장은 이와 관련, "목숨을 걸고서라도 1,000억~2,000억원의 투자를 끌어와 브랜드가치와 마케팅 제고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팬택이 지배체제 변화를 결정한 건 세계에선 삼성과 애플, 국내에선 삼성전자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상황 때문. 아무리 기술력과 품질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브랜드파워와 마케팅 자금력에서 밀리면 버티기 힘든 쪽으로 시장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실탄'확보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북미 시장에서는 애플 제품이 아니면 팔리지 않고 국내시장에서는 1위 제조사(삼성전자) 점유율이 한때 72%까지 올라갔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사실 팬택의 스마트폰 기술수준은 박 부회장 스스로 "계급장(브랜드)을 떼면 누구와도 맞붙을 자신이 있다"고 말할 만큼,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동작인식기술, 국내 최초 뒷면 터치 기능, 국내 최초 풀HD 스마트폰 '베가 넘버6' 출시 등을 주도했으며,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 비용만 1조1,500억원을 쏟아 부었고 국내외 특허 4,800건 등 지적재산권만 무려 1만8,700건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파워와 마케팅 자금력에서 밀리다 보니 고전을 거듭, 결국 워크아웃 기간 중에도 계속됐던 20분기 연속 흑자행진이 지난해 3분기에 마감된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세대를 뛰어넘는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각자 대표체제 전환이 차세대 경영도 감안했음을 시사했다.
팬택은 이날 주총에서 4대1의 감자도 확정했다. 자본금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금유치도 용이해지게 됐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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