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년차 경제정책방향이 어제 발표됐으나 왠지 허전하고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관심을 모았던 추경 편성안이나 부동산대책 발표가 뒤로 미뤄져서만은 아니다. 당면한 경기부진을 돌파하고 '경제부흥'을 이룰 믿을 만한 비전이나 묘책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경기를 띄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면, 장기 성장전략인 '창조경제'의 구체적 밑그림이라도 조속히 나와야 할 것이다.
올해 정책방향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연간 성장률 전망을 2.3%로 대폭 낮춘 것이다. 이는 지난해 예산안 제출 당시 냈던 4% 전망을 불과 6개월 만에 1.7%포인트나 끌어내린 데다, 국내외 민간 전망치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것이어서 향후 추경 등 경기부양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엄살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기 및 재정 상황은 방어적으로 대응해도 추경 편성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과거 김영삼 정부 초기의 '신경제 100일 계획'처럼 지나치지 않는다면 추진되는 게 옳다고 본다.
장ㆍ단기 성장 비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의 사업확장과 투자를 촉진할 만한 구체적 정책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경제민주화 추진과 함께 산업활성화를 위한 지원책도 부족함 없이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방향엔 공공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같은 공약 추진계획은 잡혀 있는 반면, 뚜렷한 산업 지원 메시지는 찾기 어렵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재정부 차관이 주재하는 민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지만 기업에 비전을 주지 못하면 자칫 정부가 투자를 할당하는 식의 구태에 머무르기 십상이다.
글로벌 경기부진 상황에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 카드 역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추경 편성이나 부동산대책, 나아가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올해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조급히 성과를 내려고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차분하게 장기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산업별로 창조경제의 정밀한 청사진 마련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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