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철학 공유를 내세워 공공기관장 물갈이를 시사한 만큼, 'MB맨' 기관장들의 줄사퇴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새 정부 출범 전 일찌감치 사의를 밝혔고,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도 26일 사표를 제출했다.
강 회장은 이날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새 정부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판단해 물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취임한 강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아직 1년이 남은 상태다. 강 회장은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보, 산은금융 회장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LH 이 사장도 임기 만료 6개월을 남겨두고 사의를 밝혔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15년 이상 근무하며 인연을 쌓았고,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할 당시엔 현대건설 사장으로서 청계천 복원사업을 진두지휘 했다. 이 사장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성공적인 통합으로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해 초대 사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공기업 수장들의 잇단 사의 표명에는 새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첫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이에 따라 연내 임기가 만료되거나 지난해 임기 만료 후 1년 연장된 기관장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특히 4대강 사업, 에너지자원 외교 등 논란이 많았던 분야에 몸담은 기관장들의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등 3년 임기를 채운 뒤 두 차례 연임에 성공한 기관장들도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2008년 6월 취임한 뒤 연임에 성공한 이 회장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지만, 우리금융 대주주가 정부인 만큼 임기를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예측이다.
7월 임기가 끝나는 어 회장은 다음달부터 가동되는 회장추천위원회에 후보로 오르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정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 내분과 관련, "금융지주사법 등 위반 사실이 있으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어 회장을 향한 '자진사퇴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사의를 표명한 공공기관장들의 사표는 대부분 수리되겠지만, 처리시기는 기관별 업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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