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65세 이상 고령자는 폐렴 백신을 무료로 맞는다. 그런데 어떤 백신을 무료 접종 대상으로 하는지를 놓고 의료계가 시끄럽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성인용 폐렴 백신은 크게 단백접합백신과 다당질백신의 두 가지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말 이미 다당질백신을 무료 접종용으로 선정했다. 이에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계 한편에서는 다당질백신보다 최신 제품인 단백접합백신이 제외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중의 폐렴 백신은 엄밀히 말해 폐렴이 아니라 폐렴이 심해져 균(폐렴구균)이 혈액이나 뇌수막(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 등으로 침투해 생기는 균혈증, 뇌수막염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을 예방하는 약이다. 고령자의 폐렴 발생률이 높긴 하지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대부분 폐렴 이후 진행되는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이다.
다당질백신은 국내외에서 10년 넘게 고령자의 침습성 폐렴구균 감염증 예방에 쓰여왔다. 2003년 다당질백신으로 고령자 무료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2011년 이 백신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접종을 중단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뒤 재분석 결과 효과를 확인해 접종을 재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단백결합백신을 고령자 무료접종용으로 권고하지 않는 근거를 발표했다.
단백결합백신은 성인보다 소아에 먼저 접종해왔다. 폐렴구균이 갖고 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다당질로 만든 다당질백신과 달리 단백결합백신은 항체가 더 잘 만들어지게 돕는 단백질을 다당질에 추가로 붙인 형태다. 효과로 치면 단백결합백신이 더 우수하다.
실제로 단백결합백신을 맞은 소아의 몸에선 몇 년 뒤 폐렴구균이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는 보고가 있다. 균이 없으니 주변에 감염시킬 우려도 없다. 영국이 단백결합백신을 고령자에게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집단면역 효과가 확인됐다는 의미"라며 "우리도 소아의 약 70%가 단백결합백신을 맞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같은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건 예산 낭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다당질백신은 23가지, 단백결합백신은 13가지 균을 예방한다. 오랫동안 실제 고령자에게 접종해온 다당질백신에 비해 단백결합백신은 성인이 맞기 시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무료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주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유럽에서)진행 중인 단백결합백신의 성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뒤엔 무료접종 백신 변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다당질백신은 약 5만원, 단백접합백신은 약 15만원이다. 제약사나 병의원으로서는 단백접합백신이 더 이익이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무료접종은 다른 문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싸고 검증된 대규모 데이터가 있는 백신을 우선 도입한 건 의학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단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 인공와우를 이식 받은 사람 등은 단백결합백신을 먼저 맞고 다당질백신 무료접종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건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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