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는 차이점이 많다. 하도 성격과 행태가 달라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고 하지 않나 싶다. 미국 심리학자 존 그레이(62)의 이 베스트셀러만큼 남녀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게 해주는 책도 드물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남녀의 차이는 요강을 통해서도 금세 알 수 있다. 남자는 요강만 보면 제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일단 무릎을 꿇는다. 그러나 여자는 요강만 보면 깔아 뭉갠다. 이건 성격 차가 아니라 신체구조의 차이다. 좀 듣기 거북할지 몰라도 어쨌든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차이 아닌가?
그런데 더 알기 쉬운 것은 남자는 여자와 달리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남자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하지 못한다'는 제목을 붙인 애니메이션이 있다. 어떤 남자가 칫솔질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칫솔질을 할 때마다 오줌이 산지사방으로 튀는 내용이다.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몸이 좌우로 흔들려 제대로 조준이 되지 않는다. 변기 뚜껑도 올리지 않았으니 오죽하겠는가.
언젠가 부부 동반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며 깔깔거리고 웃을 때 "나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고 큰 선행이나 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야 화장실 바닥이나 변기에 오줌이 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변기에 앉다가 물기에 질겁을 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서 그런다는 말도 했다. 평소 여자를 우습게 아는 것처럼 보이고 유난히 남자 티를 내는 녀석이어서 나는 그 말에 놀랐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뭐 자랑할 게 있느냐는 듯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그 집에 80대 시아버지가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파자마 바람으로 집안을 활보하는 분인데, 화장실에 가면 변기 뚜껑도 올리지 않고 소변을 질질 흘려 바닥에 오줌이 튀곤 한다.
그런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게? 여기저기 화장실 바닥을 밟고 다녀 슬리퍼에 오줌을 묻혀 나와 가지고설랑 거실이고 부엌이고 휘젓고 돌아다니신다. 냄새에 민감하고 깔끔한 며느리는 오줌 지린내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편에게 "아버님 오줌 좀 잘 싸시라고 해."라고 했다가 부부싸움이 났다. "뭐어, 싼다고?" "그럼 싸는 거지, 싸시는 거나 싸는 거나! 당신도 오줌 좀 잘 싸!" 이러고 싸우던 부부는 결국 남편이 앉아서 소변을 보기로 하고, 아버지에게는 이런 일에 숙달된 아들로서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의 남동생 집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그 '오줌' 할아버지가 큰아들 집에만 가는 것도 아니고, 작은 아들 집에 가서는 갑자기 앉아서 오줌을 눌 리도 없으니까.
두 아들은 이 문제를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 소변 보실 때 좀 앉아서..." 그러나 "아니, 사내 새끼가 앉아서 오줌을 눈단 말이야?"라는 한마디에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서서 쏴'를 고집하는 대신 반드시 변기 뚜껑을 올리고 오줌을 집중해서 성의 있게 잘 누겠으며 슬리퍼는 벗고 화장실에 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양반을 자처해온 박씨(뭐 아무 성이면 어때?) 문중의 형제는 아버지가 개과천선하는 감격의 그날을 기다리며 조심조심 앉아서 소변을 보고 있다. 오늘도 화장실 바닥 청소를 열심히 하면서.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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