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보면 괜히 눈물 나는 노래들이 있다. '산울림'의 도 그렇다. '장에 가신 어머니를 찾다 길을 잃었지/ 파출소에 혼자 앉아 울다 어머니를 보았지/ 나를 찾은 어머니는 나를 때리면서/ 어디 갔었니 이 자식아/ 속 좀 엔간히 태워라/ 나는 참 좋다/ 때리는 어머니가 참 좋다/ 어머니의 눈물이 참 좋다/ 어머니가 너무나 좋다 …' 어릴 적 속깨나 썩이던 우리를 혼내던 기억이, 이젠 너무 연로해지신 모습에 겹쳐 매번 목이 메인다.
■ 1977년 '산울림'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사건이었다. 그 이전, 이후에도 한 음악인이 그토록 다양한 음악적 색깔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록, 펑크, 사이키델릭, 발라드 등 장르로 묶지만 사실은 20여 앨범의 수백 곡 거의가 세상 어디에도 없던 첫 음악이었다. 더 놀라운 건 가사다. 누구나 익숙한, 그러면서도 딱 집어내지 못한 일상의 느낌을, 전혀 포장하지 않은 일상의 언어에 기막히게 담아낸 실력은 가히 천재적이다.
■ 특히 동요적 감수성은 압권이다. 산마루의 구름을 벗겨보고 싶은 아이 마음을 그린 나 같은 동요가 히트한 사례도 전무후무할 것이다. 그 '산울림'의 김창완이 동시를 썼다 해서 구해 읽었다. '할아버지 참 바보 같다/ 불알이 다 보이는데/ 쭈그리고 앉아서 발톱만 깎는다/ 시커먼 불알'(). 세상에, 어떻게 이런 착안을. 이상하단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빤히 보는 아이 모습이 떠올려져 그냥 뒤로 넘어갔다.
■ 벌 나비가 날아와 꽃을 마구 헤집는 걸 보는 아이의 시선도 절묘하다. '… 그래서 꽃잎이 흔들렸나?/ 재채기 참느라고'( 중). 어른의 눈으로 읽어낸 동심이 아니다. 그야말로 어린아이와 같은 눈높이를 갖지 않고는 접할 수 없는 세계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그는 1954년생이다)를 생각하면 더욱 경이롭다. 덕분에 세파에 찌들어 탁해진 심신이 한줄기 청량한 바람을 쐰 듯 말개졌다. 그의 동시는 격월간지 3ㆍ4월호에 실렸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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