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통을 자부하는 민주통합당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 가깝게는 4ㆍ24 재보선 서울 노원병 무공천 결정으로 제1야당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만일 4월 재보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당선될 경우 야권의 주도권을 '안철수 신당'추진 세력에게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도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있다. 계파 패권주의 타파 등 구조적 혁신과 새로운 비전 제시 없이는 위기 돌파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노원병 후폭풍과 '안철수 신당' 쓰나미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엄정한 평가도 없었고 선거를 책임졌던 측의 솔직한 사과나 반성도 없다. 또 5ㆍ4전당대회를 앞두고 비주류의 김한길 의원에 맞서 주류의 반(反) 김한길 연대가 꿈틀대는 등 계파 갈등의 파고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안 전 교수가 출마한 노원병에 무공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후폭풍마저 예상된다. 이용섭 의원은 민주당이 재보궐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003년 4월 보궐선거에서 유시민 개혁당 후보를 위해 경기 고양 덕양갑에 후보를 내지 않은 뒤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민주당이 분당의 길을 걸었던 경험을 떠올리고 있다. 4월 국회의원 재보선 3곳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할 경우 제1야당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로워진다는 우려도 높다
만일 안 전 교수가 당선된 뒤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이는 쓰나미 같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7일 "다음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하는 일이 있더라도 안철수 바람으로 인한 지금의 위기는 결국 당이 갈라지는 소용돌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쓰나미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창당하면 20%이상의 지지율을 얻어 단숨에 민주당을 추월할 것이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0%대의 지지율에서 10% 초반으로 주저앉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계파 패권주의 타파와 노선 재정비 시급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의 활로 모색은 묘연해 보인다. 최근 정치쇄신특위에서 대선 평가를 겸해 민주당 혁신의 방향으로 패권주의와 계파 정치 타파 및 리더십 강화를 처방했지만 "일반론에 머물렀다"는 비판만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친노 주류의 패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책임 있는 그룹은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최근 486세대 모임인 '진보행동'이 해체를 선언하긴 했지만 당내에 만연한 운동권 논리도 끊어야 할 고리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민주화운동 훈장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정책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노선 재정비를 포함해 당의 체질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서민층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민생 위주의 정책과 중도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민주당은 생활과 일상에 천착하는 정책을 소홀히 함으로써 저소득층과 50대 이상의 외면을 받았다"며 "이념의 선명성 논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영국에서 보수 정권의 독주를 저지했던 토니 블레어 정부의 '제3의 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치영역에서는 무원칙한 야권연대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새 정치 세력이 나올 때마다 야권연대 차원에서 무공천 카드를 꺼낸다면 무공천은 점점 빈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언제까지 도깨비 같은 세력에 끌려 다닐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뚜렷한 정책과 비전 없이 야권연대에 매몰됐다가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실패했다는 반성 속에서 자강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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