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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만으로도 행복 합니다"

입력
2013.03.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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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일하러 갈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노인들에겐 행복입니다."

26일 오전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5리 대곡역그린빌아파트 경로당. 70~80대 어르신 10명이 경로당 한 켠에 마련된 공동작업장에서 애호박 '인큐봉지(농약 등 유해물질 차단과 규격제품 생산을 위해 농산물 생육단계에 씌우는 특수 비닐봉지)'에 핀을 꽂고 있었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100개짜리 묶음을 손에 들고 분주한 손놀림을 이어갔다. 따분할 수 있는 단순작업이지만 동료들과 세상사는 얘기에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대구 달성군이 2007년부터 실시 중인 '경로당 일거리창출사업'이 인기다. 지역 경로당과 중소기업을 연계, 어르신들에겐 일거리를 제공하고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엔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특히 일거리 수익을 통해 어르신들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해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아파트 경로당 공동작업장의 최고령자인 김분선(82) 할머니는 "일이 보배"라고 했다. 일을 하니 지루할 틈이 없고 건강에도 좋다는 것. 중학교 교장 출신인 작업반장 최만동(79) 할아버지는 "종전에는 경로당에서 화투나 치고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우리도 사회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홀로 살고 있다는 한 할머니(79)는 이곳에서 번 돈으로 손자들에게 100만원씩 3차례나 학비를 보내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며 "늙은 사람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달성군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로당 일거리창출사업을 통해 총 3만3,946명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매달 50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해 1인당 월평균 22만원의 수입을 얻었다. 일거리사업에 참여하는 경로당 수도 첫해 34개소에서 올해는 55개소로 늘었다. 이에 따라 군 지원금도 2007년 5억6,000만원에서 올해 8억5,200만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달성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경로당 공동작업장이 있지만 지자체가 직접 지원하는 곳은 달성군이 유일하다"며 "어르신들의 용돈벌이는 물론 건강과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돼 그 효과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현주기자 l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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