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저인망식으로 인재를 훑는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꼭 필요한 인재만을 겨냥해 수시로표적 채용합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에서 인적자원관리(HR) 업무를 맡고 있는 황성현 파트너의말이다. 1년에 수 천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필기시험, 실무평가, 면접 등 몇 단계 전형을 거쳐 선발하는 한국기업들과 달리,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면 국적이나 나이, 학력 등을 불문하고 언제든 데려 온다는 것이다.
채용방식만 다른 게 아니다. 채용목적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황 파트너는 "한국기업은 타격, 수비, 주루 플레이를 두루 잘하는 선수를 뽑지만, 정작 선수 자신은 어느 포지션에 갈지 모른다"며 "반면 글로벌 기업들은 포지션별 필요한 인원을 미리 정하고 투수면 방어율, 타자면 타격과 주루능력 만을 본다"고 말한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많이 글로벌화 됐다고는 하나, 한국 문화에 대한 동질성이 큰 조직이다. 그렇다 보니 한 분야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필요할 때 여러 사람 몫을 해 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은 그야말로 다국적 기업이다.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권 출신의 인재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공통의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 이들이 시너지를 내려면 특유의 기업 문화 및 조직 노하우와 함께 각자의 미션과 업무영역의 뚜렷한 구분이 필요하다. 채용과 승진 방식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글로벌 기업 채용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현업부서가 주도한다는 점. 국내기업처럼 인사부가 지원자의 조직 및 직무 적합성이나 팀워크, 지식 등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함께 일해야 활 동료들의 평가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구글의 경우 채용 시 4~5차례의 면접을 해당 업무 직원들이 모두 주관하며 질문 및 지원자의 답변에 대한 평가까지 내린다. 이 과정에서 학벌이나 외국어 보다는 업무능력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고 임원은 현업부서 평가를 토대로 최종 결정만 내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소셜 리크루팅도 적극 활용한다. 대단위로 일괄 선발하는 공채와 달리, 기업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지원자의 재능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흙 속 진주'찾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헤드헌팅 업체 대신 비즈니스전문 SNS '링크드인'을 활용해 회사 홍보는 물론 업종ㆍ지역ㆍ분야별 전문가 집단과 교류해 인재를 추천 받고 있다. 세계 최대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자사 계정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전세계 지사 별 필요 인력과 부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해, 지원자가 원하는 근무지와 업무에 맞게 SNS로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인재 찾기 전담조직도 잘 갖춰져 있다. 인사철 마다 인사부 내 한 두 명이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시즌 종료 후 원래 부서로 돌아가는 국내 기업들과 달리, 연중 상시 인재를 찾기 위해 동분 서주하는 전담팀을 운영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300명 규모의 전담조직 'Candidate Generator'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IT전시회나 산업별 세미나에 참석해 해외 각국 인재를 찾는 게 주요 임무다.
글로벌 기업의 인사채용 방식은 최근 창의적인 인재발굴이 화두인 국내 기업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봉재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 창의적이고 혁신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얻으려면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선발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처럼 채용 목적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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