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불타는 산림 보면 제 속이 탑니다' '산불 물럿거라~우리 어르신들 논밭두렁 안태우신다'
충북 청주시가 봄철 산불예방강조기간(2월 1일~5월 15일)을 맞아 주요 등산로와 산불 취약지 등에 내건 산불예방 현수막의 문구다. 300여 개의 현수막 내용은 하나같이 위트가 넘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웃음짓게 한다.
시청 공원녹지과에서 산림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주무관은 '2009년 공직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산불업무만 보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애교 어린 호소를 현수막에 담았다.
'산불내시면 오늘밤 이불에 오줌쌉니다' '정식씨, 산에 가시거든 불조심하세요' '이게 정말 큰불 될까? 그게 정말 큰불 됩니다'등 친근하고 재치있는 문구도 눈길을 끈다.
청주시는 이런 친근한 내용의 현수막 덕분에 실제로 산불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했다.
과태료 부과 등 강압적인 내용을 담았을 때보다 현수막 훼손이 크게 줄어들었고 시민들의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주말 등산 갔다가 산불예방 현수막을 보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는 조미영(37ㆍ흥덕구 가경동)씨는 "상투적인 행정용어 일색의 현수막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발상이 신선하다"고 했다.
이중훈 청주시 공원녹지과장은 "전직원 회의에서 '강압적이고 딱딱한 내용 일색의 행정기관 게시물을 탈피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문구를 만들어봤다"며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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